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비공식 조언자와 얽힌 스캔들로 통치 기능이 마비된 박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번 촛불집회를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열린 대규모 시위와 비교하면서 박 대통령이 1980년대 후반 이후 지지율이 가장 낮은 대통령이 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집회가 청와대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열렸다며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었더라면 이들의 소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방 매체들은 이번 촛불시위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해서도 상세히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집회 참가자들은 평화롭게 행진을 이어갔다면서 경찰과 충돌을 빚는 등 폭력 사태로 번진 과거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의 시위와 대조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생, 가족,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 휠체어를 타고 나온 사람 등 다양한 계층이 촛불시위에 참석해 박 대통령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12일 밤부터 촛불시위를 주요 뉴스로 전하면서도 국정 혼란이 앞으로의 정국과 대일 외교에 미칠 영향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요미우리신문은 1면에 촛불시위를 소개하며 집회 주최 측이 참가자 수를 100만명으로 발표했으며 향후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 국민의 분노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도통신은 집회 소식과 함께 “한국은 정상적 국정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다”고 소개하며 “박근혜 정권이 다음주 여론의 저항이 심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가서명할 방침이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커 정국 혼란의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들은 비교적 사실 위주로 차분하게 촛불시위를 소개했다. 이는 한국의 대규모 시위와 정권 퇴진 논란이 중국 사회에 미칠 영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망은 서울발 기사에서 2000년 이래 최대 규모 집회가 개최돼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면서 광화문 광장에 모인 촛불시위 사진을 게재했다.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망도 서울에서 2008년 이래 최대 규모의 집회가 이뤄졌다며 ‘비선실세’ 논란에 대해 책임을 지고 박 대통령이 하야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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