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장에서 열릴 본격적인 집회에 앞서 도심 곳곳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단체들의 사전집회들이 잇따라 열렸다. 전세버스 등을 이용해 지방에서 올라온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어떤 단체에도 속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가족들, 친구들과 역사의 현장을 찾은 사람들을 만나봤다.
▲딸·아들에게 산교육의 현장을 보여주겠다,‘유모차부대’
오후 2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된 사전 집회 행사 무대에 모인 인파들 가운데,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며 호응하는 유모차들이 곳곳에 보였다. 그 중 한 손엔 4살 된 딸의 손을 잡고 다른 팔엔 22개월 아들을 안은 채 김제동의 톡투유를 경청하고 있는 한 엄마가 눈에 띈다.
많은 인파로 인해 밀집된 곳에서 떨어진 곳에서 간간히 아이를 데리고 온 유모차들이 보였다. 38개월된 딸을 유모차에 재우고 박근혜 하야 피켓을 들고 있던 주부 이미영(36)씨는 “남편도 같이 오려고 했는데 근무여서 혼자라도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집회에 나온게 처음이라 많이 보챌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잘 버텨주고있다”고 웃음을 보였다. 그는 특히 이번 집회를 보면서 “시민의식이 많이 성숙해졌지만 국정 운영 시스템은 여전히 70년대에 머물러 있다”며 “하루 빨리 대통령이 책임지고 하야할 뿐만 아니라 관련 인물들도 진심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죄값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려도 알건 다 알아요,‘중고등학생들’
주말에 한창 또래 친구들과 모여 다닐 청소년들도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집회를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손자부터 사위, 장모까지 한마음 모으자, ‘대가족들’
이번 집회 참가를 위해 서울광장을 찾은 여러 세대가 뭉친 대가족도 만났다. 송길보(80)씨는 “사실 나는 박근혜 지지자로 한 표를 행사했었는데, 이렇게 까지 되고 나니 매우 허탈한 마음이다”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그의 아들인 송일영(가명·37)씨는 “사실 결혼하고 쭉 미국에서 가족들과 살다가 아버지를 통해 나라 상황 등을 듣고 큰 결심하고 한국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특히 “집회를 참가해서라도 시민으로서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대통령이 잘못을 깨우치고 하야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아들과 함께 아버지와 시부모들이 함께 참여했다는 김영민(43)씨 가족들은 “다같이 대가족이 뭉쳐 집회에 참가한 것은 처음인데, 우리와 같은 가족들이 많아 축제에 온 느낌이다”며 다같이 집회를 즐기고 있었다. 이번 집회에 가족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오죽 답답했으면 이렇게 대가족들이 많겠냐”며 “이렇게 다같이 집회에 참가해 한 뜻을 모으는 것도 참 의미있는 경험이자 교육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헬조선을 벗어나고 싶다,‘취준생’
한편, 광장 근처를 다니며 피켓을 들고 마스크를 쓴 채 묵언 시위를 하고 있던 대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박희동(29)씨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분노하는 마음이 너무 컸다”며 “원래 취업 스터디가 있는 날인데 그 친구들도 여기에 오겠다고 해서 다같이 이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말을 이었다. 특히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사태에 대해 “누구는 쉽게 대학도 가고 취업도 하는데 아직 취업을 못한 나는 상대적 박탈감도 느끼고 화가 난다”고 분노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어 “반드시 대통령이 이 모든 사태를 책임지고 하야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나홀로 외친다, ‘1인 가구’
직장인 김이라(28)씨는 “오전에 업무때문에 일찍 올라오게 됐는데, 잠깐 짬을 내서 광화문으로 와 집회에 참가하게됐다”며 “(최순실게이트를 듣고) 먹고 살기 바빠 정치에 대해 큰 관심을 못갖고 있었는데,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알게 되고 너무 충격이고 부끄러웠다”며 “그냥 꼭 와서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호흡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곳에 단체들보다 가족들과 어린 학생들이 많이 와 있는 걸 보니 그냥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자리에 온게 너무 의미있다. 잘 몰라서 오고 싶었다”며 “소풍아닌 소풍같은 느낌도 든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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