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는 대한민국 최고의 남성 4중창 그룹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JTBC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댄스 발라드 위주인 대중가요를 벗어나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남성 보컬을 발굴하고자 한다는 계획이다. 최종 1인은 1억이란 상금을 거머쥐게 되고 음반 발매 지원도 받게 된다.
11일 첫 방송에서, 400여곡 이상의 대중가요곡을 작곡한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윤종신과 발라드, 댄스, EDM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며 실력을 인정받은 가수 윤상이 프로듀서로 나섰다. 또한 뮤지컬 업계 섭외 1순위로 알려진 스타 음악감독 김문정과 뮤지컬 스타 마이클리, 베이스 성악가 손혜수, 뮤지컬 무대를 휩쓴 가수 바다까지 합류해 다양한 음악적 코멘트를 더하며 탈락자들을 가려나갔다.
이날 최종 예심을 통해 10명의 본선 진출자가 선발됐다. 테너 유슬기·이동신, 바리톤 박상돈, 뮤지컬배우 고은성·정휘·윤소호, 연극인 이벼리, 뮤지컬배우 지망생 최경록·박유겸, 보컬트레이너 오세웅이 합격자로 호명되며 팬텀 가면을 받아들었다.
기존의 음악 경연프로그램과는 달리 가요뿐 아니라 성악, 뮤지컬, 팝페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참가자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뮤지컬 계에선 이미 이름이 잘 알려진 고은성은 뮤지컬 ‘노트르담드 파리’ 유명 넘버 ‘대성당의 시대’를 부르며 주목 받는 가수로 발돋음했다.
주목받지 못한 보컬 실력자들을 수면위로 끄집어내고자 기획하게 된 ’팬텀싱어‘ 프로듀서들이 지속적으로 강조한 건 ‘앙상블과 하모니’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 이 정도 노래하는 사람이야’ 라고 자랑하듯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에겐 따끔한 충고가 잇따르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장점과 함께 단점도 눈에 들어왔다.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을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자 한 기획에는 찬성표를 던질 수 있겠지만, 6인 개개인의 심사기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튀기 보단 무난한 곡을 선곡한 이들이 합격점을 받았다. 또한 성악가에겐 성악가적인 능력을 요구하고, 뮤지컬 배우에겐 뮤지컬 배우스런 곡을 요구했다.
예를 들면, 이날 베이스 바리톤 권서경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팝송인 ‘마이 웨이’를 부르고 아쉽게 탈락자로 남아야했다. 또한 뮤지컬 배우 윤소호는 가수 이현우의 ‘슬픔속의 그댈 지워야만 해’를 부르고 혹평을 들었지만 결국 합격자만이 갖게 되는 팬텀 가면을 두 손에 받아들었다.
권서경의 노래에 대해, 윤종신은 “음정, 노래 다 좋은 데...왜 아쉬울까요?”라고 평했고, 윤소호의 선곡을 들은 윤상은 “반주가 본인하고 맞냐?”고 다소 냉정한 목소리로 묻더니 “ 뮤지컬 ‘스위니토드’, ‘킹키부츠’, ‘레미제라블’ 등에 출연했던 뮤지컬 계의 아이돌이라고 듣고 기대했는데, 왜 이렇게 곡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고 평했다.
이들의 평을 다시 되짚어보면, 성악가에겐 울림통이 남다른 성대를 이용해 무대를 꽉 채우길 원했고, 뮤지컬 배우에겐 귀에 익숙한 유명 뮤지컬 넘버로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아주길 원하는 듯 했다. 물론 이날 참여자 권서경과 윤소호의 무대가 최고였음에도 심사위원들이 편파적인 심사를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심사기준이 다소 객관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덧붙여 참가자들의 창의적인 시도는 애초부터 선호하지 않는 듯 했다.
6인의 심사위원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건, 감정을 노래 안에 넣고 음악과 가수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결과 자칭 ‘최강 바리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상돈이 선곡한 ‘시간에 기대어’ 는 좋은 평을 이끌어냈다.
이 곡은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바리톤 고성현 한양대 교수의 앨범에 수록된 곡. 고성현이 부른 ‘시간에 기대어’는 애절하고도 가슴 밑바닥까지 치고 올라오는 감성이 세상을 품어 안는 바리톤 고유의 음성과 어우러져 특별한 감흥을 남긴다. 박상돈의 실력 외에도 영리한 선곡은 이날 빛을 발했다.
이날 신인 성악가들의 강세가 눈에 띄었는데, ‘그라나나’를 선곡한 테너 유슬기, 오페라 ‘투란도트’의 유명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선곡한 ‘흑소의 아우라’ 테너 이동신 모두 클래식 애호가가 아닐지라도 누구나 한번 이상씩 들었던 곡을 들고 나와 호평을 받았다.
문제는 또 다른 부분에서 발생했다. 이날 윤상, 윤종신, 바다 등 심사위원들은 참여한 성악가들이 부르는 유명 곡에는 호평을 내보였지만, 정작 성악전공자인 베이스 손혜수 프로듀서는 가타부타 평을 하지 않았다.
전문적인 성악 지식을 겸비한 손혜수 심사위원이 성악가들의 기량을 냉정하게 평가하길 기대했지만, 그는 황금 슈트를 입고 등장한 카운터 테너 문지훈에 대해서만 평을 내렸다. 그것도 다소 두루뭉실한 평인 “한편의 경극을 보는 줄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성악 전공의 심사위원이 그 자리에 과연 앉아있을 이유가 있을까? 반문하게 된다.
국내 최초 크로스 오버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인 ‘팬텀싱어’의 시도는 분명 고무적이다. 김문정 음악감독이 “뮤지컬 쪽이든 아니든 노래 잘하는 분들이 많다. 팬텀싱어만의 기준점을 정하고 가야 한다”라고 말했듯 보다 객관적인 기준점 정립이 시급하다.
한편, ‘팬텀싱어’는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 음악쇼의 새 지평을 연 ‘히든싱어’ 군단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히든싱어‘ ‘힙합의 민족’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을 선보인 조승욱 CP가 기획을 맡았으며, ’끝까지 간다‘ ’디렉터스컷‘ ’엠카운트다운‘ 등 트렌디한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형중 PD가 손을 잡았다.
JTBC ‘팬텀싱어’는 매주 금요일 밤 9시 40분에 방송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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