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후보로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시절부터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 미 전역을 누비던 시절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줄기차게 내세웠던 슬로건은 바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였다. 이에 따라 트럼프호의 외교 정책은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평화를 유지하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우선주의에 뿌리를 둔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정책은 신고립주의로 요약된다. 그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세계의 경찰’ 지위를 내려놓겠다고 공언해왔으며 취임 후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시리아 내전 개입 축소 등의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동맹국들이 충분한 비용을 내지 않은 채 미국에 안보를 의지하고 있다는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했던 만큼 기존 동맹의 틀을 재정비하겠다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국·일본·독일 등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의 인적비용을 100% 부담하는 것이 왜 안 되느냐”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이던 대중국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전임인 오바마 행정부는 중동에서 아시아로 외교정책의 무게추를 옮기고 동맹관계를 활용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아시아 재균형(Asia rebalancing)’ 전략을 써왔다. 미국이 직접 중국과 부딪히는 대신 일본에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해 군사적 역할을 담당해달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하지만 동맹의 틀에 균열이 생기면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폐기의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중국과 직접 부딪히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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