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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글로벌 정치 1번지' 美國, 反세계화·포퓰리즘에 점령 당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먹혀들어

정치·경제적 박탈감 큰 유권자들

보호무역 강화·TPP 철수에 열광

미국 대통령 선거일인 8일(현지시간)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 확률이 높아지자 그를 지지하는 한 시민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인쇄물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도널드 트럼프가 해서 놀라웠다. 트럼프가 말하는 세계가 내가 보고 싶은 미국의 모습이다. 어쨌든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미 연방수사국(FBI)의 ‘e메일 재수사’ 족쇄에서 풀려나며 지지율이 다시 상승세를 보일 때 트럼프 지지자들을 인터뷰하고 이 같은 공통된 발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클린턴의 e메일 재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트럼프 인기의 근원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필두로 한 그의 포퓰리즘적 메시지와 반(反)세계화를 기치로 한 고립주의 노선이었던 것이다. 테러가 확산하는 와중에 이민 증가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 유출 등으로 박탈감이 컸던 미 유권자들의 ‘마음의 소리’를 트럼프가 탁월하게 집어내 파고들면서 백악관행 열쇠까지 쥐게 된 셈이다.

차기 미 대통령 당선인인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과 TV 리얼리티 쇼 진행으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지난해 그가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전에 뛰어들 때 모두가 ‘농담’으로 여길 만큼 정치와는 무관한 삶을 살았다. 트럼프 자신조차 온갖 기행에 여성 편력을 보이며 선출직 정치인은 ‘쇼핑 리스트’에 없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하지만 TV쇼에서 대중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선보인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은 물론 정치 9단인 클린턴과의 선거전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자극적 막말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한 트럼프는 불법 체류자와 이민 문제의 해결책으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그 비용은 멕시코 정부에 대도록 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정치인들조차 외교관계와 미국 내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의식해 결코 입에 담기 어려웠던 불량 발언을 트럼프가 무딘(?) 정치감각으로 내뱉었지만 여전히 미국 인구에서 다수인 백인, 특히 중산층 백인 남성들이 트럼프를 오히려 ‘정직한 정치인’으로 여기며 열광했다.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실업과 가계 부채 증가 등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떠안은 백인 남성들이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자리 잡는 것을 확인한 트럼프는 무슬림 입국 금지와 취임 직후 불법 체류자 즉각 추방 등 반(反)이민 공약 등 자극적 막말을 쏟아내며 정치·경제적으로 피해의식과 박탈감이 큰 유권자들을 끌어들였다. CNN은 8일 출구 조사 결과 응답자의 38%가 “변화를 원한다”고 답했다고 전해 이번 선거의 최우선 선택 기준이 “미국에 변화를 가져올 후보인지 아닌지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가 국경 장벽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확실히 높이겠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대선 승리의 최대 요인이 된 ‘러스트벨트(쇠락한 미 공업지역)’에 속하는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클린턴을 제쳤다. 트럼프는 지난달 22일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 유세에서 ‘취임 100일 구상’을 밝히면서 일성으로 “집권 첫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철수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의 재협상을 선언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상무장관과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불공정하게 미국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외국의 불공정무역을 조사하도록 명령하겠다”고 약속했다.

미 경제전문채널인 CNBC방송은 “트럼프가 국경 장벽 설치와 감세 등 직설적 공약을 앞세워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최대의 인기 비결은 노동자 계층에 빼앗긴 부와 일자리를 찾아오겠다는 ‘일자리 이슈’에 대한 그의 약속들”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재임 중 매년 4%대의 경제성장을 하고 10년 안에 2,50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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