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통령 당선인 마이크 펜스(57) 인디애나 주지사가 정치 경험이 전무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키맨’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가에서는 6선 당선 경험이 있고 정통 보수를 표방하는 그를 당 내부 핵심 세력의 지지를 트럼프 쪽으로 끌어모을 적임자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펜스는 공화당 내 강경세력인 ‘티파티’ 소속으로 지난 2008년과 2012년 대선 때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을 만큼 보수진영 내 입지가 단단하다. 아일랜드계 이민자 후손인 그는 인디애나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1986년 인디애나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1994년부터 ‘마이크 펜스 쇼’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는 2001년 인디애나주 연방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내리 6선을 지냈다. 이어 2009~2011년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을 역임하는 등 공화당의 주류로 자리 잡았고 2012년 중간선거에서 인디애나 주지사로 당선됐다. 이처럼 튼튼한 당내 입지 덕분에 부통령 후보 지명 당시 끊임없이 당내 신임 논란을 겪었던 트럼프의 약점을 보완해줄 ‘맞춤형 러닝메이트’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점증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역내 동맹을 굳건히 하고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트럼프와는 다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4일 TV토론에서도 ‘북한이 미국에 도발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발사하려 한다는 판단이 들면 선제행동을 취할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에 맞서 핵전력 현대화를 포함해 미군을 재건해야 한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의 국가들과 협력해 북한의 김정은이 핵 야욕을 포기하도록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펜스는 트럼프의 거친 발언이 논란을 낳을 때마다 전면에 나서 노련하게 수습하는 ‘해결사’ 모습을 보여왔다.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대통령이 되면 클린턴을 감옥에 보낼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독재자 발상’이라는 비난이 일자 펜스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그것은 빈정댄 말이었지만 너무 지나쳤다”며 즉각 어수선한 사태를 정리했다. 그러면서도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클린턴이 특별검사의 재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트럼프가 대선 패배 시 불복하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뒀을 때도 펜스는 “대선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차별화하면서도 “미국인들은 미디어의 명백한 편향 보도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사람들이 ‘조작된 선거’라고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며 트럼프의 생각을 분명하게 전하고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특히 트럼프가 미스 유니버스 비하 발언, 음담패설 녹음파일 폭로 등 악재에 시달리며 사면초가에 처했을 때도 묵묵히 곁을 지키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지난달 트럼프 당선인이 11년 전 외설적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을 때도 그는 트위터에 “나의 러닝메이트 도널드 트럼프의 대승!”이라며 “당신과 함께 있어 자랑스럽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글을 올렸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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