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트럼프가 ‘아메리카 퍼스트’ ‘고립주의’를 주장하며 국내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끝장보기’ 식 대북 정책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정책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예상되고 상대적으로 클린턴보다 유연하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누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가장 주목할 점은 ‘김정은과의 대화’를 시사한 것이다. 그동안 오바마 정부와 클린턴 캠프 외교·안보 인사들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며 현 상황에서의 북미 대화에 선을 그었다.
트럼프는 이와 달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정은에 대해 ‘미치광이(maniac)’ ‘지구에서 사라지게 할 상대’라며 과격한 표현을 쓰기도 했지만 지난 5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는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 그와 대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6월 캘리포니아 선거 유세 때는 “북한과 절대로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현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북한도 클린턴보다 압박 수위가 낮을 것으로 판단, 매체를 이용해 트럼프를 지지한 바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한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강경책을 예고한 클린턴보다 트럼프가 당선되는 게 낫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앞으로 중국을 지렛대로 삼기 위해 대(對)중국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줄곧 중국이 대북 문제에 강력한 영향력이 있다며 중국이 깊이 개입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 힘의 균형을 위해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며 한국의 핵무장도 용인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 내 핵무장론이 나오는 것을 언급하며 “언젠가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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