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공화당 로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내 핵무장론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중 미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의 독자 핵무장을 용인하는 이른바 ‘신(新) 고립주의’ 성향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신고립주의는 한마디로 미국 이외의 안보는 각 나라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 미국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다른 나라를 지켜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짙게 깔린 것이다. 특히 트럼프의 신고립주의가 외교정책에 현실화되면 한미동맹의 근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고, 이를 대비해 우리나라도 북핵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방어책인 자체 핵무장론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원 의원은 9일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트럼프는 미국이 주한미군 등 많은 예산을 들여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고 있는데, 차라리 (한국이) 핵을 가져서 북한 핵을 스스로 억제시키라는 입장”이라며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우리가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여지는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우리가 북핵 억제력을 갖거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핵 폐기를 주도하기 위한) 협상을 위해서도 우리가 핵무기를 100개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냉전시대 소련과 미국이 핵 감축을 했을 때처럼 양국이 서로 핵무기를 비슷하게 보유하고 있어야 협상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북한은 핵을 갖고 있는데 우리는 미국 핵 전력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협상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원 의원은 비무장지대(DMZ)나 북한의 개마고원을 관광명소로 개발하거나 북한을 통과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연결로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시도는 국내 경제를 위해서도 시급한 사안이라며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남북간 협력사업들이 북핵 하나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 꽉 막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핵을 갖고 북한과 당당히 핵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서도 “미 대선에서 (‘아메리카퍼스트’를 주장해 온)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한미관계나 동북아정세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도 ‘코리아퍼스트’의 입장에서 북핵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무장론을 주장해 온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본지와 통화에서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고 있다”며 “(현실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미국의 동의 하에 핵무장의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실장은 “미국의 핵우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온 기존의 안보정책을 이제는 독자적 핵보유를 통해 스스로 책임지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에 의존하는 균형적인 동맹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를 위해 이번에 국회 합의로 국무총리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 통일, 정보 분야 책임자까지 전면 교체해 외교안보통일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각론에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지지여론은 확산되고 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한국도 핵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고, 김무성 전 대표는 자체 핵무기 개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의 거부감이 덜한 핵잠수함 도입, 전술핵무기 재배치 등을 주장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핵무장에 대해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반대하지만, 북핵 방어 수단으로서 사드 배치에는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야당은 자체 핵무장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더 큰 위험과 불안 속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도 지금까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우호적인 트럼프가 당선된 데다 내년 국내 대선을 앞두고 ‘한국의 자체핵무장론’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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