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위가 세계 1위인 종목들이 있다. 양궁이 그렇지만 여자골프도 대표적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평정은 세계 무대 제패의 보증수표가 됐다.
올해 KLPGA 투어를 지배한 박성현(23·넵스)은 내년 그 길을 가려 한다. 박성현은 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향후 일정과 목표를 밝혔다.
박성현은 “가장 뜻깊고 값진 성과를 거둔 한 해였다”고 이번 시즌을 돌아보고 “고민 끝에 어릴 때 세운 목표인 LPGA 투어 진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내내 가고 싶은 마음과 남고 싶은 마음이 50대50이라고 말해왔는데 가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더 컸다.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지만 미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오면 된다고 말해줘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미국 진출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메이저대회 등 초청을 받아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미국 LPGA 투어 대회에서 시즌상금 40위 이내에 들어 회원 자격을 갖춘 박성현은 최근 LPGA 투어의 입회 의사 문의를 수락했다.
마음을 굳힌 박성현은 오는 14일 출국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예정이다.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7승을 올려 상금왕과 다승왕, 평균타수 1위를 확정한 그는 11일 개막하는 KLPGA 투어 시즌 최종전(ADT캡스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않기로 해 국내 대회 일정을 일찍 접었다. 박성현은 아쉬워하는 팬들에 대해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한 첫걸음으로 봐달라”고 이해를 구했다. 박성현의 매니지먼트사인 세마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내년 1월 열리는 LPGA 투어 2017시즌 개막전인 바하마 클래식 출전에 맞춰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마스포츠마케팅은 ‘박성현 전담팀’을 꾸리기로 했다. 코치는 한때 양용은을 지도하기도 했던 브라이언 모그(미국)로 정해졌다. 미국 골프매거진 100대 교습가에 해마다 선정되는 유명 코치인 모그는 세마 소속인 박세리(38)가 적극 추천했으며 특히 쇼트게임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인 캐디도 결정됐으나 기존 선수와 계약이 아직 끝나지 않아 한 달 뒤 발표할 예정이다. 영어교사, 박성현과 가족의 편의를 도울 인원이 전담팀에 합류하고 트레이너 등도 고용해 미국 무대 정복을 측면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박성현은 “언어와 낯선 환경 문제로 고민이 더 컸던 게 사실이고 전담팀이 함께하게 돼 불안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첫해 목표는 신인왕과 1승 이상이다. 박성현은 “국내에서는 신인상을 못 받았는데 미국에서는 꼭 받고 싶다”면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미국 진출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금까지 LPGA 투어 대회에 총 7번 출전한 그는 “상위권 성적은 냈지만 우승이 없었던 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에서 공격적인 박성현의 골프를 펼쳐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타퀸’ 박성현은 보완해야 할 점으로 “그린 주변 어프로치와 좀 더 안정된 퍼트”를 꼽았다. “자신을 보며 롤모델로 삼겠다는 꿈나무들의 얘기를 듣고 골프 하면서 처음 보람을 느꼈다”는 그는 “골프 실력 이외의 부분에서도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회견을 마쳤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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