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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정치 스트레스





유권자에게 있어 투표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선택상황에 직면한 데 따른 정신적 피로도가 예상외로 크다. 이스라엘 벤구리온대 연구팀이 지난 2011년 ‘유럽 신경심리약학지’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스트레스 정도가 위협을 받거나 정신적 고통을 앓고 있을 때와 비슷하다. 투표소 10m 앞에서 분비되는 침 속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양이 평소보다 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것도 일반적 사례이며 여기에 다른 요인이 추가되면 정신적 고통은 더 커진다. 막판까지 박빙 양상을 보였던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국민투표와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대선이 대표적이다. 미국 정신의학회(APA)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민의 52%가 2016년 대선에 대해 ‘중등도 이상’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정당 지지와 상관없이 미국민 대부분이 대선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특히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정치 논쟁이 이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지난 8월에 한 조사이고 이후 막장 드라마처럼 전개된 양대 진영의 폭로전으로 더 심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포스트는 2차 TV토론이 끝난 직후 지난 한 주간의 사건만으로도 미국인의 정치에 느끼는 혐오·불안·불신 등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취, 성 추문, 대선 불복 시사 발언에다 선거 막판에 재부각된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까지 사상 최악의 선거전이 미국민들의 심리를 극도로 괴롭히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현재 벌어지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일까. 지난주 말 광화문 광장에 모여든 인파 숫자가 아니더라도 거의 매일 양파껍질처럼 이어지는 권력의 오만한 행태를 온종일 개탄하고 비판하는 것이 국민의 일상이 되고 있다. 미 대선이야 이번주 일단락되겠지만 우리 국민의 정신적 고통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 더 암울하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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