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주(사진)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가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애초 ‘안전 문외한’이라는 비판 속에 새롭게 ‘전생 체험’과 ‘도심 굿판’ 등 신비주의적 행적이 드러났다.
7일 박 후보자가 지난 2013년 5월 펴낸 ‘사랑은 위함이다’라는 책에 따르면 “필자는 이 지구 땅에 47회나 여러 다른 모습으로 왔었다”며 명상을 통한 전생 체험을 소개했다. 이어 “명상을 하는데 상투를 하고 흰옷을 입은 노인이 나타났다”며 “동학농민운동 지도자 전봉준 장군이 찾아와 조선 말기 왕의 일기인 ‘일성록’을 건넸다”고 덧붙였다. 또 “죽으면 육신은 없어지지만 영혼이 메모리칩 두 개를 갖고 하늘로 간다”며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현재 정신문화예술총연합회 부총재이기도 한 박 후보자의 ‘이상한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신문화예술총연합회가 주최한 ‘구국 천제’ 기도회에 참가해 하늘에 올리는 편지인 ‘고유문’을 직접 낭독했다. 박 후보자는 고유문에서 “천손민족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발휘해 일신강충 성통광명 재세이화 홍익인간의 훈요와 같이 강력하고 끈끈한 사랑의 강강술래를 부르며 환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회는 제천행사의 하나로 천제, 기도명상, 나라안녕 굿 순으로 진행됐다.
한국시민자원봉사회 이사장이기도 한 박 후보자는 매년 태백산에서 회원들과 함께 천제를 올리는 활동도 적극적으로 벌여왔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태백산의 검룡소와 황지연못의 물을 합치는 ‘합수고천제’를 벌여왔으며 이 행사에는 천제의 참전관 역을 맡아 축문을 읊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박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설명자료를 통해 “저는 모든 사람이 정신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명상을 통해 마음속에 있는 부정적 마음을 씻어내는 공부를 많이 해왔다”며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2일 새 총리로 지명된 김병준 후보자가 직접 안전처 장관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정 당일 아침에야 통보를 받아 ‘벼락치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고 그동안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해보지 않았다는 우려도 제기돼왔다. 하지만 이번에 국민의 일반적인 의식과는 동떨어진 신비주의적 가치관과 행적까지 드러나 자격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영일기자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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