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들판의 추수가 끝났다. 아마도 요맘때일 듯하다. 허리를 굽히고, 이삭을 움켜쥐고 이를 그러모으는 세 여인의 움직임은 한 사람의 몸짓을 순차적으로 펼쳐놓은 듯하다. 쉼 없이 일하고 있지만 이들의 삶은 나아질 게 없다. 장 프랑수아 밀레가 퐁텐블로 숲 주변의 농장에서 그림을 그리던 19세기 중반 프랑스에서는 이처럼 추수하면서 땅에 흘린 이삭을 가난한 농민들이 주워가는 것을 눈감아 주는 분위기였다. 풍요와 여유로움은 화면 오른쪽 뒷편에서 일꾼들을 지켜보는, 말을 탄 지주의 것이다. 성실하게 일하는 이들은 보듬어 주는 것은 등을 비추는 따뜻한 햇볕이 고작이다. 지주가 서 있는 지평선 쪽의 환한 빛과 허리 숙인 여인들 쪽 그늘이 대조를 이룬다. 1857년 이 작품이 살롱에 전시됐을 당시 평론가들은 농사일을 하는 가난한 여인들을 ‘세 여신’처럼 표현한 것이 지나치게 거만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목가적 풍경 속에서 현실을 반추하게 하는 이 그림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개막해 내년 3월 5일까지 열리는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전’에서 직접 볼 수 있다. (02)325-1077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