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비주류로부터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은 7일 당장 사퇴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는 7일 여의도 당사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책임을 부인하진 않겠다. 머지않아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그러나 헌정중단 사태가 없도록 당 대표로서 대통령을 도울 수 있도록 조금만, 위기관리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발언 도중에 ‘염치없지만’, ‘뻔뻔하지만’ 이라고 표현도 썼다. 자신이 자리에 연연해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게 아니라 사태수습을 위해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고 나서 사퇴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머지 않은’ 시점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가 언급되지 않아 새로운 논란과 함께 비주류 등과 갈등은 고조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이 확산되기 지난 달 말부터 당내 비주류로부터 사퇴압박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 대표는 “어려울 때 그만두고, 물러나고, 도망가는 것은 가장 쉬운 선택”이라면서 “지금은 이 난국을 일단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사퇴를 거부해 왔다.
지난 2일 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참석해 “좋을 때는 좋은 대로, 위기일 때는 위기인 대로 하나씩 헤쳐나가고 극복해나가고 수습해 나가는 게 공동체이고 당 조직”이라면서 “부족한 당 대표에게 많은 능력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3일에는 “위기상황서 물러나면 대표로 선출한 당원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당내 비주류의 ‘지도부 총사퇴’ 주장을 일축했다. 당시 이 대표는 비주류의 사퇴 주장에 대해 “몇몇 국회의원들이 사퇴를하라고 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이후 주말 내내 당내 중진 의원들은 물론 각계 원로들과 접촉하며 정국 상황과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등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유일한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이 사퇴를 공식 선언하며 회의장을 떠났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는 정진석 원내대표도 불참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와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마무리되면 원내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정 원내대표의 사퇴 시점은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 2일로 예상되고 있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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