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일(현지시간)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에 12월 인상 신호를 더 명확히 보냈다. 오는 8일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이변을 연출하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이 다음달 금리 인상의 유일한 변수로 평가된다.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끝에 현 기준금리인 0.25∼0.50%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 근거는 강화됐다”면서도 “당분간 연준의 목표를 향한 계속된 진전을 보여줄 ‘일부(some)’ 추가 증거를 기다리기로 했다”고 금리동결 배경을 밝혔다.
이날 성명에서 미 언론들은 ‘일부’라는 표현에 주목했다. 마켓워치는 “금리 인상을 위해 그렇게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음을 보여줬다”며 “이 표현이 12월 금리 인상이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미묘한 힌트”라고 풀이했다.
연준은 이날 금리 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양대 경제지표 중 하나인 물가에 대해서도 “연초부터 2% 목표를 위해 계속 오르고 있다”고 평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말 연준은 올해 네 번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지만 호조세를 보인 고용 증가세와 달리 물가가 1% 안팎으로 부진하자 경기가 다시 둔화될 것을 우려해 계속 금리를 동결해왔다.
FOMC 결과 발표 직후 연방금리(FF) 선물시장의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오는 12월14일 FOMC 회의 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78%로 반영했다. 전날의 12월 인상 확률(68%)보다 10%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도 10월 고용동향과 물가지표가 크게 악화하지 않는다면 연준이 다음달 14일 올해 마지막 FOMC 회의에서 현행 0.25∼0.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8일 미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가 승리한다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통화정책 연속성이 보장되고 시장의 안정감이 높아져 12월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질 것으로 월가는 분석했다. 닐 두타 르네상스 거시분석부문장은 “지난 9월 올해 한 차례 금리 인상 계획을 시사한 연준이 마지막 기회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옐런 의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다음달 금리 인상 계획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 바실리 세레브리아코프 크레디아그리콜 연구원은 “대선 결과가 12월 금리 인상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시장 불확실성 확대가 금리 인상의 여지를 좁힐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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