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달러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는 이집트중앙은행이 자국 통화가치를 48% 절하하고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리는 강수를 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이집트중앙은행은 이집트파운드화 공식환율을 달러당 13파운드로 발표했다. 종전 가격인 달러당 8.88파운드보다 48% 절하된 수준이다.
아울러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상하 10% 내외까지 변동을 허용하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기로 했다. 이집트중앙은행은 “외환시장의 왜곡을 막기 위해 변동환율제를 채택했다”며 “이번 결정은 즉시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도 전격 단행했다. 이로써 이집트의 기준금리는 기존 11.75%에서 14.75%로 올랐다. 이집트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지난 3월과 6월 각각 1.5%포인트, 1.0%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린 바 있다.
이집트중앙은행이 강력한 통화정책을 꺼내 든 이유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IMF는 8월 이집트에 3년에 걸쳐 120억달러(약 13조7,100억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지만 최종 승인 조건으로 환율제도 개선, 재정 보조금 해제, 60억달러 해외자본 조달 등을 요구했다.
이집트는 ‘아랍의 봄’ 이후 정국불안과 자국에서 일어난 러시아 여객기 사고로 관광 산업이 타격을 입으며 심각한 달러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아랍의 봄 발발 직전인 2011년 초 360억달러에 이르렀던 이집트의 외화보유액은 올 9월 기준 절반가량인 196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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