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서강의 표어를 더이상 더럽히지 마십시오.”
대통령 뉴스가 오르내릴 때마다 가슴을 졸이는 이들이 있다. 박 대통령 모교인 서강인들. 박 대통령은 이 학교 전자공학과 70학번 출신이다. 설립 53주년을 맞은 서강대는 지난 2013년 박 대통령이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재조명됐다. ‘서강학파’와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등 출신 인사들이 주목 받으면서 서강인이 되기를 기대하는 수험생들도 늘어났다.
실제 대학 입시 경쟁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강대 정시모집 경쟁률은 2012학년도 4.41대1에서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3학년도 5.46대1로 이른바 ‘SKY’로 불리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경쟁률은 꾸준히 상승해 2016학년도에는 6.43대1로 마감됐다.
하지만 대통령의 연이은 지지율 하락에 서강인들이 커다란 고뇌에 빠졌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까지 터지자 서강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적나라한 박근혜 선배님의 비참한 현실에 모든 국민과 서강인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선배님, 더이상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마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서강대 대학원 총연합회(일반·특수·전문대학원)도 시국선언을 논의 중이다.
서강대는 차기 총장 선출을 놓고 내부 갈등도 겪고 있다. ‘남양주 제2캠퍼스’ 설립을 둘러싼 논란으로 9월 유기풍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총장 자리를 놓고 내정설이 돌면서 이에 반발해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일부가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탄핵 위기에 몰린 대통령을 배출한 학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총장 부재까지 요즘 대내외 악재가 겹친 서강대 사태를 두고 학내에서는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정시모집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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