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보검(23·사진)에게는 오직 ‘매직’만이 있는 것일까.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한 대부분 배우가 ‘응답의 저주’에서 버거워했지만 박보검만은 차기작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키며 ‘보검매직’을 만들어가고 있다. ‘응답하라 1988(tvN)’에 이어 ‘구르미 그린 달빛(KBS)’이 시청률 20%를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박보검을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보검을 보기 위해 몰려든 남녀노소 팬들이 카페 앞에 구름처럼 몰려들어 ‘구르미’ 종영 이후에도 식을 줄 모르는 그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박보검은 대뜸 활기한 인사말부터 건넸다. “제가 언제 또 이렇게 커다란 사랑을 받고 인터뷰를 하고 그러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겸손하기 그지 없는 이런 태도에 어찌 박보검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체 무엇이 그렇게 “감사하냐”고 물었더니 감사한 내용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우선 ‘구르미’에 처음으로 캐스팅된 배우는 박보검이었다는 점을 꼽았다. 차기작으로 ‘구르미’를 선택하고 대본을 보는 내내 “잘해보자”라고 다짐했는데 이후 캐스팅되는 배우들을 보고 감사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는 거다. “초반에는 잘해야지, 잘해야지 했는데 캐스팅이 늘어나면서 ‘어벤저스’ 작품이 돼 갔어요. ‘박보검 작품을 바라보고 계신 분들이 많다, 팬들도 그렇고, 회사 식구들도 그렇고’라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는데, 훌륭하신 선배님들이 들어오시는 것을 보고 내가 뭘 하지 않아도 선배님들이 이끌어 주시겠구나.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마음도 편해지더라구요.”
그렇게 찍고 싶었던 사극에 그렇게 입어보고 싶었던 예쁜 한복을 원 없이 입어 본 것 역시 박보검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올해 폭염이 심했잖아요. 한복은 입고 벗기도 힘들고 더위도 심해서 고생을 좀 했지만 하고 싶었던 사극을 하고 이렇게 예쁜 한복 또 언제 입어 보나 싶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찍었어요. 그리고 힘든 촬영이었지만 팬카페에 ‘마지막까지 힘내라’라고 남긴 팬의 메시지에 힘을 얻어서 버틸 수 있었어요. 감사한 일이에요.”
다양한 감정을 연기할 수 있었던 세자 이영 역을 만난 것 역시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준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응팔’에서는 감정 변화가 크지 않은 천재 바둑기사 최택 역으로 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면, ‘구르미’에서는 장난기, 사랑, 분노, 애민정신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왕세자 하면 고귀하고 진중하고 무게감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열여덟다운 천방지축 날나리 왕세자였어요.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진중해지고 깊은 사랑도 표현할 줄 알고, 자신의 일에 몰입하면서 날카로워지는 세자의 모습이 매력적이었어요.” 이어 그는 촬영 당시 상황과 방송된 화면이 떠올랐는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여름에 촬영 시작해서 가을에 끝났는데 한국의 싱그러움이 작품에 다 담긴 것 같아요. 장면마다 글귀를 적어두면 예쁠 것 같아요.”
‘보검매직’ ‘어빠(어린 오빠)’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박보검은 신드롬 그 자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보검 매직’에 자청해서 걸려드는 것은 아마도 그의 겸손하고 바른 인성에 대중이 힐링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하다지만 오히려 그의 존재에 힐링되는 팬들이 그에게 감사할 일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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