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는 재미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뮤지컬에서는 심각한 캐릭터의 흥행 보증수표로 알려진 배우 서범석. 그가 생각하는 순애보는 어떤 것일까?
“실제로 8년 동안 한 여자랑 연애하고 결혼했다.”
자신의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서범석은 ‘허비’라는 인물에 더욱 큰 공감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20년 동안 한 여자를 바라본다는 거. 이거 정말 대단하고 엄청난 일이다.”라고 말한 서범석은 “핸드폰도 없던 옛날에는 약속하면 상대방이 두, 세 시간 늦어도 일단 기다려야 했다. 당연히 그래야하는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읽은 소설 중 가장 깊이 박혀있는 소설로 황순원의 ‘소나기’를 꼽기도 한 서범석은 “예전에는 손잡으면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다.”며 요즘 보기 드문 순애보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그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허비’라는 인물과 많이 닮아 있었다.
과거 서범석은 ‘천사의 선택’이라는 드라마에서 일명 ‘큐티봉’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활약한 바 있다. 유쾌하고 밝은 성격이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없이 다정한 인물을 연기했다. 하지만 무대에서 그가 맡아온 캐릭터는 애석하게도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는 에스메랄다를 향한 왜곡된 사랑을 표현하는 ‘프롤로’로, 심지어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한 여자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진다. 그런 그에게 이번 ‘허비’는 어떤 의미일까.
“TV에서는 재미있는 역할만 시킨다. 뮤지컬에서는 심각한 역할만 시키고...”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 서범석은 “‘허비’는 그냥 세월의 흐름 속에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지킬 뿐이다. 자기 의사가 분명한 사람들은 고백을 해서 사랑을 쟁취하지만, 용기가 없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 자기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허비 역시 ‘내가 과연 저 사람을 채워줄 수 있을까?’, ‘나보다 나은 사람이 주변에 있을 텐데...’라는 마음으로 에스더를 지켜본다.”고 말한다.
한편, 서범석은 상대역인 세 명의 에스더 전수경, 김선경, 임진아와의 호흡에 대해서 걱정 아닌 걱정을 내비쳤다. 세 명의 에스더가 더 연습을 안 해도 될 정도로 훌륭하게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세 명 모두 상대역으로는 첫 만남이다. ‘친한 것’과 ‘친한 척을 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 그의 생각.
“허비와 에스더의 사이에는 20년이라는 세월이 묻어나야 한다. 아무래도 지금의 낯선 느낌들로 온전히 그 감정을 표현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애교를 부리거나 친근감 있게 다가가는 성격도 아니기 때문에, 시간 속에 깊이 배어있는 두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분들의 연습 외의 모습까지도 관찰해 보고 있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연말연시. 수많은 공연들 가운데 ‘오!캐롤’은 4~50대에게는 향수를 2~30대에게는 세대를 관통하는 따뜻한 사랑이라는 주제로 감동을 선사한다. 서범석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 것은 ‘따뜻함’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른 사람들처럼 무언가 할 일을 찾으려고 하지만 잘 찾아지지 않아 외로워하는 분들이 많다. ‘오!캐롤’을 보시면서 저희와 따뜻하게 데이트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 분명 ‘나에게도 이렇게 따뜻한 시간이 올 거야’라는 희망을 가지고 돌아가실 수 있을 거다.”
서범석이 자신 있게 추천한 뮤지컬 ‘오!캐롤’은 1960년대 미국 마이애미 리조트를 배경으로 6명의 인물을 둘러싼 사랑이야기를 ‘닐 세다카’의 음악에 녹여낸 작품이다. 남경주, 서범석, 서영주, 전수경, 김선경, 임진아, 정상윤, 서경수, 허규, 성두섭 등이 출연하며 오는 11월 17일부터 2017년 2월 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인터뷰 ③에서 계속.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