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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유기동물센터 이야기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

10월 30일 아침, 제주국제공항은 당일치기 서울 여행을 앞둔 다섯 여자의 왁자지껄한 수다로 들썩였다. 제주, 대전, 부산 각자 출신지는 다르지만 이들 모두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이하 제주유기동물센터)에서 만나 오랜시간 함께 어울리며 수백마리의 동물을 살려낸 작은 영웅들이었다.

서울까지 직통으로 뻗은 공항철도에 놀라고, 처음 본 한강의 경치에 감격하고, 옛 MBC 건물을 ‘무한도전 촬영지’라며 박수치는 동안 발걸음은 여의도 물빛광장에 닿았다. 여기서 합류한 한명까지 총 여섯이 뭉친 자원봉사대는 이날 ‘2016 대한민국 동물보호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시상식에 참석했다.

단상에 올라 상을 받고 내려오기까지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투자한 시간과 비용에 비해 너무도 짧은 순간이었지만, 대표로 수상한 김은숙씨와 동료들은 이후 한참동안이나 무대 주변을 떠나지 않고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고작 상패 하나, 그것이 매일같이 방균복을 입고 센터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이들을 위한 사회의 첫 칭찬이기 때문이었다.

‘제1회 대한민국 동물보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은숙씨(왼쪽에서 세번째)를 비롯한 ‘제주유기동물사랑실천’ 회원들 / 사진=최상진 기자




그리고 이제부터 그들과 동고동락 하며 울고 웃었던, 알려지지 않았으나 꼭 알아줬으면 하는 7개월간의 봉사 이야기를 총 9편에 걸쳐 풀어내려 한다.

바람이 몹시 불던 2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이었다. 봉사활동 신청을 하고 당일 새벽까지도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안개도, 접착제도 채 마르지 않은 초보운전 딱지도 무서웠다. 더 무서운건 제주 토박이들은 육지 사람에게 무뚝뚝하다는 선입견이었다.

제주유기동물센터는 학생들의 등하교시간에만 운행하는 버스 종점에서도 2km가량 비포장길을 더 올라가야 겨우 모습을 드러냈다. 식은땀을 닦으며 차에서 내리자 개들의 짖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큰 개도, 작은 강아지도 있고, 비명을 지르기도, 반가워 하는 것도 같았다. 사무실에 들어가는 발걸음이 놀이동산 공포의 집에 들어가는 것처럼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긴장이 덜 풀린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서자 으레 그렇듯 방균복과 장화가 주어졌다. 분양동으로 이동하며 ‘이렇게까지 중무장해야 하나’ 투덜거렸다. 그리고 이내 수십마리의 강아지들에 둘러싸여 ‘우어어’ 비명을 질렀다. 첫 만남부터 이들과의 동고동락은 만만치 않았다.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중인 강아지들 / 사진=최상진 기자


베테랑 봉사자인 규순이모는 처음 온 봉사자에게 너무 힘든 일을 시킬 수는 없다며 배변판과 밥그릇 설거지를 맡겼다. 초짜는 그것조차 만만치 않아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나서야 입성한 분양동은 상상 이상이었다. 인력부족으로 주말 청소를 하지 못한 케이지 안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상상을 초월했다. 초등학교 야외 화장실 생각이 불현 듯 떠올랐다.

바닥도 케이지도 정신없이 쓸고 닦고 뿌리고 또 닦아냈다. 시계는 세시간을 훌쩍 넘겨 12시를 가리켰다. 그 사이 도착한 또다른 베테랑 봉사자인 새댁 사임이가 더러운 강아지부터 씻기기 시작했다. 그녀를 따라 강아지 목욕을 시키면서 농담 반 진담 반 혼이 났다. “적극적으로 씻기라”고.



분양시간이 다다르자 손길은 더 빨라졌다. 식사도 거른 이들은 강아지들을 먹이고 씻기고 치우는 일을 기계적으로 해냈다. 허리가 끊어질것 같아 쉴 새 없이 케이지를 닦고 있는 규순이모께 한마디를 던졌다. “이거 돈 받고 해야 하는 일이에요.” 그녀는 씩 웃으며 한마디를 던졌다. “돈을 안받으니까 할 수 있는거여”라고. 이후 그날만 “어유 복받으실거에요”라는 말을 다섯 번은 한 것 같다.

총 네시간이 넘는 청소와 목욕 끝에 비로소 누가 와도 놀라지 않을만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 일을 매일 한다니 절대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오지 않으면 할 사람이 없다’는 규순이모의 말이 귀를 맴돌았지만, 다시 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솔직히 일당을 받고 해야 하는 노가다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 전경 / 사진=최상진 기자


분양시간이 바로 코 앞. “오늘은 그만 해야겠다”고 말했다. 미안하지만 분양까지 하고나면 계속 붙들릴 것 같았다. 흔쾌히 고생했다며 잘가라는 규순이모 옆에서 사임이가 “오빠같은 사람이 월요일만 도와줘도 좋겠다”고 말했다.

길 떠나는 나그네처럼 한번 웃어주고 멋지게 떠나려 했다. 그렇게 뒤돌아 분양동을 바라봤다. 손 흔드는 규순이모와 사임이 발밑에서 수십마리 강아지들이 빤한 눈으로 말없이 멀어지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몰랐다. 허리에 커다란 파스를 두 개나 붙이고 잠들었을 때까지는 몰랐다.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도 외로운 자발적 백수에게 곁을 내주던 강아지들이 잊히지가 않았다. 그렇게 갈등하다 짐짓 무심한 표정으로 다시 센터를 찾았다. 몰랐다. 그렇게 7개월간이나 그곳에서 그들과 울고 웃게 될 줄은 그때만 해도 정말 몰랐다. 아니 상상할 수도 없었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현재 제주유기동물보호센터의 분양동 청소형태는 대폭 간소화됐으며, 다양한 방식의 봉사가 가능합니다.

제주유기동물보호센터는 상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문의는 다음카페 제주유기동물사랑실천(http://cafe.daum.net/organicanimal),
페이스북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https://www.facebook.com/jejuanimalshelter),
전화 064-710-4065(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를 통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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