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 인근을 달리던 전세버스에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직후, 운전기사 이모(48)씨가 가장 먼저 버스에서 탈출했다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 시민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사고 전 급작스럽게 차선을 변경하며 끼어들기를 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16일 “운전기사 이씨는 버스 출발 전 비상 망치의 위치 등을 승객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사고 발생 후엔 승객보다 빨리 버스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씨가 탈출한 뒤 버스 안에 남아 있던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을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이씨가 확장 공사 중인 도로를 과속 운행하면서 끼어들기를 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그동안 ‘조수석 쪽 타이어가 터지면서 차가 2차선으로 쏠렸다’고 주장했던 이씨가 자신의 과실을 일부 인정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이씨가 분기점에서 울산으로 진입하기 위해 1차선에서 2차선으로 무리하게 진입하는 과정에서 버스를 통제하지 못해 방호벽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과실치사상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지난 15일 이씨를 구속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교통사고 방지와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16일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 초부터 장거리 운행하는 시외·고속·전세버스의 경우 출발 전 비상 망치, 소화기 등의 위치와 사용 방법을 안내하는 영상물을 차량 내 TV 등으로 의무 상영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버스 상부나 바닥에 면적 0.45㎡ 이상 크기 비상 출구(해치)를 승차 정원 30인승 미만 버스는 1개, 30인승 이상 버스는 2개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버스가 기울어지거나 옆으로 넘어진 상황에서 탈출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올 연말까지 자동차안전기준(국토교통부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최근 5년간 음주운전 3회 적발 시’ 운수 종사자 자격 취득이 제한되지만, 최근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에는 ‘최근 5년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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