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권력서열 1위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은 이날 같은 당 하원의원을 대상으로 컨퍼런스 콜을 열고 “앞으로 트럼프를 방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하원 다수당을 사수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의원들에게 “자신의 지역구에 최선을 다하라”고도 당부했다. 사실상 다음달 8일로 예정된 대선 승리를 포기하고 하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는데 힘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다음 달 8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는 하원의원 전원, 상원의원 3분의 1, 일부 주지사 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컨퍼런스 콜에 참여한 한 의원은 “라이언 의장이 ‘트럼프와 함께 유세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지지철회는 아니지만 방어해주지도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라이언 의장은 지난 7일 여성에 대한 ‘음담패설’이 담긴 트럼프의 녹음파일이 공개되자 “구역질이 난다”면서 트럼프와의 공동유세 계획을 취소했다.
트럼프의 음담패설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2차례의 TV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미국 대선 판세는 클린턴 후보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이날 공개된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 여론 조사에서 클린턴은 46%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를 11%포인트 앞섰다. 지난달 중순 조사의 지지율 격차(6%포인트)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제3당 후보를 제외한 맞대결 구도에서도 클린턴은 52%의 지지율로 38%에 그친 트럼프를 압도했다.
트럼프에 대한 이미지도 악화됐다. 여론조사기관 서베이몽키와 NBC뉴스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트럼프가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음담패설 녹음파일 공개전 55%에서 공개후 63%로 상승했다.
다만 ‘트럼프가 후보직을 사퇴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공화당 지지자는 86%가 ‘아니다’고 답변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막판 주자 교체에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폴 라이언 의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내에는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해 대권을 탈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인물이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이다. 그는 이날 RNC 비공개 회의를 열어 “트럼프와의 관계는 바뀌는 것이 없을 것”이라며 지지 유지를 천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리더인 라이언 의장과 프리버스 위원장간의 엇박자는 ‘무정부’(Anarchy) 상태로 빠져든 공화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논란의 주인공인 트럼프는 공화당의 지지와 관계없이 ‘완주’ 의사를 버리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라이언 의장의 ‘포기’ 발언이 알려진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예산과 일자리, 불법 이민 등을 다루는 데 시간을 쏟아야지, 공화당 대선후보와 싸우는 데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고 맞받았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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