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좋은 내용은 당일 발 빠르게 공시한 반면 나쁜 소식은 다음날까지 14시간이나 넘게 질질 끌다 내보냈다는 점이다. 의도적으로 지연공시를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30일 한미약품 주가는 전날 나온 호재 공시 덕분에 개장과 함께 5% 가까이 올랐지만 악재 공시가 나오자 급락, 결국 18.1% 떨어진 채 마감했다. 그 사이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봤다. 개장 후 29분간 34만주(2,200억원)나 거래됐는데 이들 투자자 중 상당수는 뒤늦게 터진 악재 공시로 하루 사이 원금의 4분의1가량을 날렸다고 한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현행 공시제의 허점 탓이다. 공시 시스템이 기업 중심으로 돼 있어 정보 사각지대에 있는 투자자들의 피해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특히 사유 발생 다음날까지 시간을 주는 자율공시는 한미약품 논란에서 보듯 악용될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미리 정보를 접한 불공정거래 세력까지 가세할 경우 투자자의 피해와 시장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율공시도 의무공시처럼 당일로 시한을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존 공시 내용을 바꾸는 정정 공시라도 당일 공시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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