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국정감사에 복귀하기로 하면서 ‘빈손 회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청와대 지키기’는 성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거부가 수면 아래로 묻힌데다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 등을 얻지 못한 채 새누리당이 4일부터 국감에 참여하기로 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실익 없는 싸움이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런 비판을 인식한 듯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셈법으로 이기고 지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정현 대표로서는 단식농성과 국감 ‘보이콧’ 카드를 이용해 당초 청와대에 쏟아졌어야 할 화살을 당과 국회로 방향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집권여당이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커졌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위 의혹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 단독 국감 중에도 각 상임위원회에 보좌진을 투입시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 핵심 인사들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순간마다 직전에 이를 막았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국회가 의결한 장관 해임건의안을 거부한 것 역시 논란 없이 지나갔다.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직후부터 정쟁 구도가 ‘야권 대 청와대’가 아닌 ‘여권 대 국회의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정현 대표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이 이 대표의 1순위 목표이기 때문에 단식이라는 강수까지 둘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다만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해 내부 분열을 막지는 못했다. 단식 사흘째였던 지난달 28일 국감 거부를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의원총회에서 곧바로 거부당하기도 했다. 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정치를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꼬집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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