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 없는 한반도 강조 의미… 흡수통일과 연결 말아야
北 당국간 대화에만 무반응… 이산상봉·민간교류 협조적
"8·25합의 나름 성과" 자평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0일 서울경제신문·현대경제연구원 공동주최로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경제포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2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통일이 해법'이라는 뉘앙스의 말씀을 하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며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면서 통일로 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신 것"이라면서 "핵이 없는 통일 한국이 돼야 하며 그런 측면에서 통일이 근본적으로 핵 문제 해결을 가져다줄 수 있는 상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최근 중국 고위관료를 만났는데 '박 대통령이 지난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한 통일이 해법이라는 얘기를 했다'며 이 발언의 의미에 대해 묻더라"고 지적한 데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홍 장관은 "중국에서도 이 문제를 흡수통일과 연결해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당장 북한의 핵을 빼앗고 흡수통일한다는 측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장관은 "어느 정부나 그렇듯이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평화통일"이라면서 "이를 위해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발전적 평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8·25합의 모멘텀 지속=이날 홍 장관은 특히 남북 간 지난 8·25합의를 평가하고 합의 이후 변화된 상황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8·25 합의의 모멘텀이 이어지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고 민간 교류에서 진전이 있었다"면서 "합의 이후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비난 횟수가 줄어 직접적 실명 비난은 한두 차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8·25 합의사항 중 당국회담에 있어서는 진전이 없다고 전했다. 홍 장관은 "9월21일 한 차례 당국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을 갖자고 제안했고 그 이후 두 번 정도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북한의) 대답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당국 간 대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던 시기에는 명시적으로 대화를 거부하고 대남 비난을 거세게 하고 민간교류를 중단했으나 이번 8·25합의 이후에는 당국 간 대화에 대해서만 반응을 보이지 않을 뿐 이산가족 상봉행사에도 협조적이고 민간교류를 확대하는 등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홍 장관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북측도 굉장히 신중하게 속도 조절을 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홍 장관에게 "8·25합의에 대한 점수를 본인이 매긴다면 몇 점을 주겠느냐"고 물어 참석자들의 웃음을 이끌었다. 홍 장관은 "점수를 매기기는 좀 그렇다"면서도 "평화의 집에서 합의 문안을 완성한 다음 최종 마무리 대화를 하기 전에 죽 읽어봤더니 제가 봐도 이 정도면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아와 보니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고 완벽한 합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당시 상황에서 그 정도면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던 게 아닌가 자평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홍 장관은 또 "남북관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마주 앉아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상호 이해와 신뢰가 쌓였다"면서 "북한 도발의 악순환을 끊는 계기를 마련했고 위기 이후의 상황 관리에 합의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를 위한 디딤돌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부연했다.
◇만월대 발굴은 대표적인 남북 신뢰회복 사업=그는 남북관계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개성 만월대 발굴 작업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남북 역사학자 등이 오래 만나고 함께 발굴 작업을 하다 보니 신뢰가 쌓여 대화도 잘되고 상호 방문이나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의 개성 방문 등도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홍 장관은 "외통위 의원들 방북도 혹시 북한에서 여당 의원 한두명에 대해 불허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원 승인을 받았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산가족 전수조사, 3만명 생사확인 동의=홍 장관은 이산가족 전면 생사확인 추진 및 상봉의 문제점 개선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확인을 밝힌 후 남측 이산가족 생존자 6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으며 이 중 3만여명이 생사확인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연락이 되지 않거나 여러 이유로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북측도 (이산가족 생사확인의) 필요성은 동의하고 있다"며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도 접촉과정에서 북측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보다는 레토릭(화법)상으로라도 조금이라도 적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산가족 상봉 시간을 늘리고 서신 교환을 확대하는 등의 문제도 신경 쓰고 북쪽과 합의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