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동건·고소영 부부가 최근 서울 성산동의 서보미술문화재단을 조용히 방문했다. 이곳은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미술계가 크게 주목한 ‘단색화’의 대표 원로화가 박서보의 작업실이다. ★관련기사 16면
올 상반기 국내 경매에서만도 60억 원어치가 거래된 박서보 화백은 지난해 말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975년작 연필묘법이 약 14억 원에 팔리기도 했다. ‘장·고 부부’는 경기도 가평의 신천리 주택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는 등 예술에 대한 조예가 남다르다. 이들은 박 화백을 찾아 작품 구입의사를 밝혔지만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 전시를 비롯해 내년 1월 런던 화이트큐브 개인전을 앞둔 박 화백 측은 작품관리 차원에서 해외 미술관과 주요 컬렉션을 중심으로 거래할 뿐 국내 컬렉터에게는 작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고 부부는 삼고초려 끝에 박서보의 2014년작 붉은 색 ‘묘법’을 120호 크기 대작으로 소장하는 데 성공했다. 미술계에서 장·고 부부는 소문난 컬렉터다. 강철판을 오려 만든 형상을 여러 겹 포개고 화려한 색상으로 채색하는 독창적 기법을 선보이는 이스라엘계 조각가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일명 ‘꽃다발’ 연작은 이미 여러 점 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처럼 지속적으로 미술품을 사들여 자신만의 컬렉션을 구축하는 이른바 ‘컬렉터’는 어떤 사람들일까. 국내 대형화랑들과 아트컨설턴트, 양대 경매회사 관계자 등 수십 명의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컬렉터는 적어도 연봉은 2억원 이상 평균 5억원 정도의 고정수입이 있으면서 1,000만~2,000만원 정도는 큰 부담 없이 현금으로 쓸 수 있는 30대 후반 이상의 사람들”로 의견이 집약됐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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