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민생 행보를 다시 시작한 모양새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의혹 등 야권의 전방위적 공세를 ‘민생 살피기로’로 돌파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29일 경북 포항의 포항공대에서 열린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준공식’에 참석한 뒤 곧이어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 입주 기업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전날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열린 ‘2016 지역희망박람회’에서 각 지자체가 설치한 부스를 돌며 참가자들과 오랜 시간 대화한 데 이어 이날도 입주 기업 임직원들을 두루 만나며 민생 경제를 챙겼다.
박 대통령은 이달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민생 행보를 잠시 중단하고 북한 규탄과 동맹국과의 공동 대응,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반대 세력 압박 등에 치중했다. 추석 연휴 전에는 전통시장을 찾아 불경기에 시름 깊은 상인들을 위로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북핵에 대응하느라 그마저도 포기했다.
당초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이후 본격적인 민생 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했었다. 임기 말 국정의 포인트를 ‘민생’에 두고 서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면서 정권의 성과를 관리해 나갈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에 이어 최순실 씨 관련 의혹,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당시 경제수석)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모금 개입 의혹 등이 터져 나오면서 민생 현장 방문도 잠시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최근 민생 행보를 다시 시작한 것에는 지지층 결집을 통한 위기 탈출 의도도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이날 빨간색 옷을 입고 민생 행보를 한 것도 눈에 띈다. 빨간색은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색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13 총선 직전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순회 방문할 때도 빨간색 옷을 자주 입었다. 당시 야당은 박 대통령이 빨간 옷을 입고 전국을 도는 데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공격했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최근 민생 행보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민생은 언제나 최우선이었다. 더 이상의 의미를 두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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