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하고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착각해 스스로 귀국한 살인범에게 징역 22년이 선고됐다.
29일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1) 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2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또 A 씨와 함께 중국으로 달아나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내연녀 B(48) 씨에 대해서도 원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1996년 자주 다니던 동네 슈퍼마켓 여주인 B 씨와 내연 관계로 발전했고, B 씨의 남편(당시 34세)도 사실을 알고 있었다. A 씨는 그해 12월 대구시 달성군의 한 공용주차장으로 B 씨의 남편을 불러내 “부인과 헤어져라”며 다투던 중 B 씨의 남편을 목 졸라 살해했다.
범행 이후 함께 도피생활을 하던 A 씨와 B 씨는 화물선을 이용해 중국으로 밀항했다.
이 사건은 2011년 12월 7일 살인죄의 공소시효 15년(현재는 25년)이 만료되면서 종결되는 듯 보였지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판단한 A 씨와 B 씨가 지난해 11월 상하이 주재 한국 영사관을 찾아가 밀항 사실을 자백한 뒤 중국 공안에 2개월간 억류됐다가 지난 1월 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것이다.
이들은 경찰에 붙잡힌 뒤 “살인죄 공소시효가 끝난 2014년 중국으로 밀항했다”고 항변했지만, 검찰이 압수한 위조여권 사본 등 증거를 토대로 추궁하자 범행 직후 밀항한 사실을 털어놨다.
검찰은 범행 뒤 외국으로 도주하면 해당 기간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사실을 이들이 알지 못하고 자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범행 방법이 잔인하고 시신을 유기하기까지 했다”며 “장기간 도피생활로 고초를 겪어 일부 죗값을 치렀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떳떳하게 법에 따라 처벌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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