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 동안의 영웅을 뽑고 5년짜리 원흉을 만드는 게 현재 우리나라의 대통령제입니다. 개헌을 통해 내각제 요소를 강하게 품은 권력구조로 바꿔야 합니다.”
여권의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원희룡(사진) 제주도지사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제주도청 서울본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지금처럼 ‘51대49’의 진영 논리에 갇힌 구조로는 타협의 정치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권력을 분산하고 사회적 합의의 폭은 넓히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신 그는 내각제 도입을 위해서는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공천제도의 변화는 물론 국회 관행의 혁신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원희룡 지사는 “공천은 국민의 손으로 돌리고 선거구제 역시 민심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내각제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문제 있는 국회의원을 국민들이 소환할 수 있는 길도 활짝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지사는 대권 출마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우선 제주도민들한테 물어봐야 한다”며 웃으며 말문을 연 뒤 “대다수 도민들은 ‘제주도 현안이 너무 중요하다. 뭣이 중한디?’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어깨에 지고 있는 짐을 마음대로 내려놓을 수는 없고 제주도를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반석 위에 올리는 게 1차적인 사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도 “굳이 국가가 내년에 나를 필요로 할지에 대해서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 민심을 예의주시하며 경청할 것”이라며 “어떤 결정의 순간이 올 수도,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원희룡 지사는 대권 도전을 고민하고 있는 만큼 국가의 발전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도 그리고 있었다. 그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통한 저성장 극복, 중산층 복원을 통한 양극화 해소가 ‘원희룡표’ 개혁 비전”이라며 “내년에 대권 주자들이 미래 성장과 복지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인 후 ‘정책 연정 계약서’를 쓰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원희룡 지사는 여권의 강력한 잠룡으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아주 친한 사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과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지내면서 반기문 총장과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많았다”며 “제주도의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로 유엔의 기후변화 총회에 가서 대표 사례를 발표했을 때도 반 총장이 큰 도움을 주셨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그러면서도 원희룡 지사는 “반 총장은 유엔 총장 퇴임 이후에도 존경받고 귀하게 쓰여야 할 분인데 대권 도전 여부는 잘 모르겠다”며 “하시면 잘돼야 하는데 다들 걱정들이 많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제주도 현안>
“제주, 투기와 전쟁중...강력한 억제책으로 난개발 막을 것” 농지보유실태 등 철저 조사
중국인 강력범죄 대응 위해 연내 경찰청에 외사과 신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인터뷰에서 제주도 현안과 관련해서도 소상히 밝혔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2~3년간 부동산 거래 중 20% 정도가 투기에 가까운 거래였다. 이를 이미 국세청에 통보한 상태”라며 “강력한 투기억제책을 통해 투기 수요를 줄이고 난개발을 막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광객 증가, 이주민 열풍 등으로 3년 전부터 꾸준히 오르던 부동산 가격이 지난해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이라는 대형 개발 호재를 만나며 폭등했다”며 “농민이 아닌 일반인의 농지 보유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기획부동산의 편법 매각을 파헤치는 등 제주도가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원희룡 지사는 하수 처리, 중국인 무비자 입국 등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확고한 개선책을 제시했다. 그는 “단기간에 제주도가 경제 규모 면에서 급성장하다 보니 사회 문제들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도 “쓰레기와 생활하수의 경우 넉넉한 용량 확보와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 대대적인 손질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원희룡 지사는 또 “중국인 강력범죄를 막기 위해 출입국 심사를 통한 입국 거절 건수를 2~3배가량 늘렸으며 올해 안에 경찰청에 외사과(外事科)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는 2020년 정도는 돼야 제주 인구가 65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지만 이미 지난해에 이 숫자를 돌파했다”며 “한마디로 제주도라는 지역 자체가 ‘핫’해지면서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개선 계획을 통해 이른 시일 안에 제주도를 안정화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홍길·나윤석기자 what@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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