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검 형사3부(권광현 부장검사)는 내연남과 공모해 치사량의 니코틴으로 남편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송모(47·여)씨와 내연남 황모(46)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부인 송씨가 오씨가 숨지기 두 달 전 몰래 혼인 신고한 정황도 찾아냈다. 앞서 송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작성해 준 혼인신고서를 행정기관에 제출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필적 감정을 의뢰해 혼인신고서에 기재된 오씨의 한자 이름이 오씨가 직접 쓴 것이 아님을 알아냈다. 혼인신고서 증인란에 남편과 일면식도 없는 내연남 황씨의 이름이 기재된 것도 의심이 드는 부분이었다.
검찰은 송씨와 황씨가 범행을 모의한 정황도 추가로 밝혀냈다. 검찰은 황씨의 컴퓨터를 압수한 뒤 대검 과학수사부에 의뢰해 컴퓨터 운영체제를 이전 체제로 복원하는데 성공, 황씨가 범행 전 니코틴 살인 방법, 치사량, 장례절차 등의 단어로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다. 황씨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도 같은 내용을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인이라면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검색하고 모르는 사람을 혼인신고 증인으로 세우지는 않는다”며 “오씨가 지방에서 근무하며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오는 것을 고려하면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증거”라고 밝혔다.
오씨는 지난 4월 22일 집에서 숨졌다. 이날 가족과 저녁 외식을 한 뒤 집으로 돌아와 거실에서 맥주를 마신 뒤 평소처럼 수면제를 먹고 잠든 오씨는 끝내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시신 부검 결과 담배를 피우지 않는 오씨의 몸에서 치사량인 니코틴 1.95㎎/L와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다량 발견돼 니코틴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졌다.
송씨가 오씨 사망 직후 재산을 빼돌리고 서둘러 장례를 치른 점, 내연남 황씨가 인터넷을 통해 외국에서 니코틴 원액 20㎎을 사고 송씨에게 1억원을 받은 점 등을 토대로 검찰은 두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했다.송씨와 황씨는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부인 송씨가 남편에게 ‘니코틴 살인’을 한 직접적인 증거나 살해 방법은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니코틴을 음료수 혹은 맥주에 탔는지, 수면제를 먹고 잠든 오씨에게 니코틴 원액을 코와 입 등으로 주입했을 가능성도 살피고 있다. 또한 치사량의 니코틴이 몸속에 들어갔을 때 얼마만에 사망에 이르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