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수십 년 내로 냉전 시대 미군이 그린란드 얼음 밑 지하에 건설한 비밀 핵 군사시설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캐나다와 미국, 과학자들을 인용해 미군이 냉전 시대 그린란드의 만년빙 밑에 건설했던 지하 군사시설이 근래 발생한 급속한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해, 얼음층이 빨리 녹으면서 오는 2090년까지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이 한창이던 1959년 미 육군 공병단은 ‘얼음벌레(Icewoem) 프로젝트’라는 비밀 작전 계획에 따라 당시 덴마크 영토이던 그린란드에 캠프 센추리(Camp Century)라는 지하기지를 건설했다. 군 당국은 당시 북극 지대에서 건설 방법을 시험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기지 설치 목적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 이 지하기지는 미군의 방대한 비밀 군사프로젝트를 위장하기 위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1960년 미합참에 제출된 것으로, 지하 얼음터널에 소련을 직접 겨냥하는 핵미사일의 이동식 발사통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당시 덴마크 정부조차도 미군 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지 않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빙하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어 터널이 일그러지거나 붕괴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 기술진은 얼음벌레 프로젝트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1964년부터 캠프 센추리를 산발적으로 이용하다 3년 후에는 결국 완전히 폐기했다.
당시 미군은 매년 쌓이는 눈과 얼음으로 인해 이 시설들이 얼음 밑에 영구적으로 파묻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캠프의 생화학 및 방사능 폐기물 등을 포함한 주요 인프라는 대부분 남겨둔 채 철수했다.
기지 포기 당시 지하 12m였던 기지는 현재 35m로 깊어져 당시 미군의 추정이 현재까지는 옳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캐나다 토론토 소재 요크대의 윌리엄 콜건 교수 등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러한 추세가 반전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금 당장은 적설량이 용해량보다 더 많지만, 현재 그린란드에 나타나고 있는 급속한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2090년 전에 기지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그린란드는 올해 들어 수도인 누크 지역의 6월 중 기온이 섭씨 24도까지 올라감으로써 기록을 세웠고, 2003~2010년 사이 그린란드를 대부분 덮고 있던 얼음층도 20세기 전체 기간보다 2배나 빠른 속도로 녹았다.
한편 그린란드와 덴마크 정부가 이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미 국방부는 기후변화가 제기하는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미 정부도 덴마크 및 그린란드 정부와 당국 간 상호 안보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것임을 다짐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재아인턴기자 leejaea55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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