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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할 말만 한 115분…秋 “안보 이용말라” 朴 “이 심각한 상황이 그리 보이나”

박 대통령, 野 대표 안보 이슈에 건건이 충돌

秋, “사드로 핵 못 막아” 朴 “이미 효용성 입증된 체계”

박지원 “여야정 안보협의체 구성을” 박대통령 “안보는 대통령이 결정”

靑 ‘합의사항 발표’ 제안했지만 野 거절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대표 회동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는 순방 결과 비롯해서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으로 인한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과 대응 방안 등을 주로 논의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들의 12일 회동은 청와대 접견실에 마련된 원탁에 둘러앉아 화기애애한 덕담과 웃음 속에 시작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회담에 앞서 박 대통령에게 직접 USB를 선물로 전달했다. 박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에게 추석 명절 선물을 보낸 데 대한 ‘화답’ 차원의 선물로 장애인들이 꾸려가는 사회적 기업에서 만든 USB라는 게 더민주의 설명이었다. 참석자들은 미소를 지으며 기념촬영도 했다. 이렇게 출발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회동이 비공개로 전환되고 정국 현안이 차례로 화제에 오르자 다들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최대 현안은 북한의 제5차 핵실험이었다. 오후2시부터 1시간55분간 진행된 이날 회동의 절반가량이 북핵 문제 등 안보 이슈에 할애됐다. 그러나 동상이몽은 여전했다.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총론에서는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가 한 목소리를 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정부의 대북 강경책 등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각론으로 들어가자 각자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북 핵과 미사일은 단순한 협박·협상용이 아닌 급박한 위협”이라며 “북한이 추가 도발을 예고하고 있는데 한반도에 전쟁 위험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북한의 핵개발 의지, 그리고 이를 포기시키겠다는 국제사회 의지의 대결”이라면서 “의지의 충돌에서 우리가 기필코 이겨야 한다”고 북핵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추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을 “다그치듯 물었다”고 추 대표가 전했다. 이에 대해 추 대표는 “사드는 핵을 막을 수 없는 ‘백해무익’한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고 박 비대위원장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당론을 거듭 확인하면서 “북핵 문제와 사드 해법은 별개”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사드는 이미 효용성이 입증된 체계다. 사드 외에 국민을 보호할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했는데 제시도 안 하면서 국민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시킨다면 국가나 정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두 야당 대표의 사드 반대론을 정면 비판했다.



이어 추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안보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것이 지금 이용하는 것으로 보입니까”라고 물은 뒤 “국제사회가 북한을 규탄하고 대북제재를 하고 있는데 그 나라들도 안보를 이용하는 것인가. 이 심각한 상황을 안보를 이용한다고 하시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추 대표가 박 대통령이 김대중 정부 시절 북한을 방문한 사실을 거론하며 사실상의 ‘특사’ 자격으로 다녀오지 않았느냐며 현 사태를 풀기 위한 ‘대북 특사’ 파견을 제안하자 박 대통령은 “당시 특사가 아니라 민간단체의 일원으로 다녀왔다”고 설명하며 추 대표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박 대통령은 박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여야정 안보협의체 제안도 거부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방위체계 도입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서 했지 국회비준 사항은 아니다”라며 “안보는 근본적으로 대통령 중심으로 결정되는 사항이니 안보협의체 구성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일치하기는커녕 이견만 확인하는 방향으로 흐른 끝에 공동 발표문 채택 시도조차 불발됐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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