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만소르 여사가 나집 총리 취임 한 해 전인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영국 런던에 위치한 해로드, 미국 뉴욕에 있는 삭스 피프스 애비뉴 등 유명 백화점에서 카드로 최소 600만 달러(약 66억6,300만원)를 지출했다고 11일(현지시간) 전했다. 1MDB 계좌에서 억 달러 단위의 금액이 나집 총리가 취임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간 거래인을 거쳐 나집 총리의 개인 통장으로 흘러 들어간 증거도 드러났다.
문제는 이 돈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해명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로스마 여사는 과소비 문제를 지적받을 때마다 “어렸을 때부터 절약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며 “내 돈으로 산 보석과 옷이 무슨 문제냐”고 반박해왔다. 하지만 로스마 여사의 부친은 교사였으며, 남편 나집 총리 역시 오랜 기간 공직에 몸담아 연봉이 평균 10만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나집 총리는 부친인 압둘 라작 후세인 전 총리가 남긴 유산이라고 해명했지만, 그의 형제들은 선친이 그 정도의 재산을 물려주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나집 총리의 변호사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정치 후원금을 받았으며 대부분은 반환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우디 정부는 분명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미 법무부가 지난 7월 1MDB의 자금을 유용해 사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10억 달러 상당의 나집 총리 양아들 자산을 몰수한 이후 말레이시아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당시 법무부가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펀드(1MDB)를 감독하는 공무원1’이 나집 총리의 신상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난 후 말레이시아에서는 비리 의혹 해소와 나집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80여 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베르시 2.0’이 수도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 광장 주변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나집 총리는 잇따르는 시위 참가자를 “애국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말레이시아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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