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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정부신용등급 AA유지의 조건을 갖춰야

김용환 NICE신용평가 대표이사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8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잇따라 ‘AA’로 상향했다.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우리 경제의 현실을 생각할 때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NICE신용평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국가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미 해외 신용평가사가 등급 상향 근거로 제시한 대외 부문과 재정 부문의 안정성을 반영해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로 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저성장의 장기화와 잠재적 취약점들이 드러나는 상황을 우려하며 주시하고 있다. 해외 신평사의 신용등급 상향에 안도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과거의 기억은 오히려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1995년 5월 S&P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올린 후 2년 반도 안 돼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외부의 호의적 평가에 안주해 내부의 문제점을 고치는 데 소홀히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아픈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AA급을 유지하고 저성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점이 여럿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 신용평가를 직접 담당하는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업지배구조, 회계 투명성 등 민간경제 부문의 신뢰도가 놀라울 정도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우리나라 기업의 도덕성·회계제도·이사회제도 등은 각각 95·72·120위에 머물고 있다. AA급 국가 중 최하위는 당연하고 웬만한 신흥국에 비해도 낮은 수준이다. 기업 실적을 속이며 대주주·경영진만을 위하고 채권자·소액주주를 무시하는 일부 기업들의 비도덕적 행동이 금융·경제 시스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개선이 시급하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괄목할 만한 경제개혁을 이뤘다. 금융·외환 부문의 안정성은 놀랄 만큼 개선됐고 기업경쟁력도 당시와 비교할 수 없게 높아졌다. 전례 없이 빠른 국가신용등급 상승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성과에 만족할 시간은 없다. 중국과의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고도로 효율적인 경제로 계속 변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때 우리 경제가 비리·회계부정·기업지배구조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은 안타까운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보여준 ‘각고의 노력’이 다시 한 번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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