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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와치] 가깝고도 먼...자연葬

"자연으로 돌아가리~" 국민 절반 희망하지만 실제 이용률은 12% 그쳐

봉분 없이 개인표식만 설치

친환경에 가격 저렴하지만

"마지막 가는 길 예우 갖춰야"

막상 장례 때는 상당수 꺼려

일부 지자체 성급한 조성에

'자연 없는 자연장지'도 많아

사회적 인식·시설 개선 필요

16-9-3




# 김혜연(40·가명)씨는 경기도 파주군 용미리 수목장 7구역에 남편의 유골을 묻었다. 김씨는 “봉안당은 갇혀 있는 느낌이지만 수목장은 사방이 탁 트여 있고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도 좋다”며 “가격도 저렴하고 관리도 시 당국에서 해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 형제들과 부모님 묘지를 물색 중인 김경수(52·가명)씨는 최근 경기도의 한 공설 자연장지를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김씨는 “오랜 상의 끝에 최근 유행이라는 자연장을 선택했지만 막상 와서 보니 휑한 잔디밭만 덩그러니 있어 이런 곳에 유골을 두는 것은 아버지에게 못할 짓을 저지르는 것 같았다”며 “추석 때 가족들과 다시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묘문화의 새 대안으로 자연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취지를 구현하는 자연장은 고비용 장례구조와 묘지강산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우리의 자연장은 묘비만 없을 뿐 납골묘와 다름없는 모습을 갖추고 있는데다 나무와 숲 등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는 등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장묘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수목장으로 대표되는 자연장 정책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2015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선호하는 장묘 방법으로 ‘화장 후 자연장(수목장 포함)’이 45.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화장 후 봉안당(39.8%), 매장(12.6%), 기타(2.1%) 등의 순이었다. 자연장은 기존의 산림을 그대로 사용하는 수목장과 인공적으로 부지를 조성해 수목·화초·잔디 등과 함께 봉분을 묻는 수목형 자연장지 등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자연장지는 봉분 대신 개인표식을 설치한다. 수목장과 자연장은 비용이 저렴하고 묘지처럼 관리하는 수고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파주시 용미리 수목장에서 만난 이정진(32)씨는 “납골당보다 가격이 갑절 이상 저렴하고 시에서 관리도 해주니 요즘 같은 명절을 앞두고도 마음이 편하다”며 “사람들이 묘지를 많이 쓰는데 선산이나 공동묘지는 찾아가기도 어렵고 명절에나 한 번씩 찾아볼 수 있는 반면 수목장은 상대적으로 가깝고 조경도 잘돼 있어 산책 삼아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용미리 묘지 자연장지에는 사망 당시 서울시·고양시·파주시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주민만 안장할 수 있다. 사용료는 40년에 50만원으로 연장은 불가능하다. 이런 인기를 반영해 서울시설공단은 최근 서울시립 용미리 제1묘지에 자연장을 지낼 수 있는 1만200기의 자연장지를 추가로 조성했다.

부유층에서는 사설 수목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설 수목장은 나무 종류가 다양하고 조경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다. 가격대는 유골이 담긴 봉분을 하나만 안치할 수 있는 개인목이 약 400만원, 부부를 안치할 경우 600만원선이다. 한 사설 수목장 관계자는 “최근 가족 모두의 유골을 안치할 수 있는 대형 추모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일부 연예인의 경우 1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이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0315A16 사망자 실제 장묘 방법별 이용률


서울시민들이 많이 찾는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자연장지 /박우인기자


하지만 이러한 열풍에도 국가 전체적으로 자연장에 대한 인식과 이용률은 낮은 편이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사망자 중 실제 자연장 이용률은 12.7%, 봉안은 58.2%, 매장은 22.7%였다. 선호도에 비해 자연장을 직접 실행하는 비율은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막상 장례에 들어가면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부모님께 최대한 예우를 갖추고 싶어 해 자연장을 꺼린다는 게 상조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부모 생전에 사전방문차 자연장지를 찾았다가 ‘어떻게 나무 하나를 두고 여러 사람의 유골을 동시에 둘 수 있느냐’고 고개를 저으며 돌아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경기도 한 지방자치단체의 잔디형 자연장지를 찾아가본 결과 축구장 3개는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넓은 부지를 자랑했지만 막상 안장을 한 경우는 40건 남짓에 불과했다. 이 공설 자연장 관계자는 “매년 2,500명의 유골이 안치되는데 수목형이나 잔디형 자연장지에 들어서는 것은 100명에 불과하다”며 “그나마도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아 납골당은 비싸고 묘지는 따로 관리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애당초 지자체에서 성급하게 조성한 결과 이른바 ‘자연이 없는’ 자연장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이하 장개협)가 보건복지부 후원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 37개 자연장지 중 약 12개는 불량으로 조성되거나 관리 부실로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이 찾지 않아 납골묘로 전환하거나 부실공사로 배수가 되지 않아 리노베이션을 실시하는 곳도 있었다. 무엇보다 공설 자연장지는 대체적으로 부지만 확보해 잔디만 깔았을 뿐 유럽 선진국과 같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품위 있는 조형물과 공간이 없고 나무 품종도 단조로워 전반적으로 섬세한 조경 연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박태호 장개협 정책연구실장은 “일부 지자체 자연장지의 경우 고인 추모공간 조성, 자연환경 보존 등의 측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곳도 있지만 행렬을 자로 잰 듯 맞춘 천편일률적인 조경이 대부분”이라며 “묘비만 없을 뿐 자연장지가 공동묘지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박 실장은 “자연장은 오랜 기간 주변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핵심인데 화초와 나무 등의 간격이 너무 좁아 성장에 방해가 되거나 아니면 식물 간 간격이 너무 넓어 매장하는 것보다 공간을 더 많이 차지하는 아이러니한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자연장 문화가 활성화되려면 관련 법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대부분의 시·군에서는 화장 및 봉안시설, 자연장지 등 장사시설의 설계를 담당할 업체를 선정할 때 응찰 자격을 ‘자기 지역 내 업체’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지자체에서 장사시설을 두는 것은 수십년에 한 번 있는 일인 만큼 관련 기술과 시설투자에 나설 지역 기업은 사실상 드물어 장사 관련 시설이 전국적으로 하향 평준화 수준에 머무르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 의식을 바꾸기 위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필도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상조회사나 장례식장 관계자들은 자연장이 확산하면 수의 판매나 알선비용 등 기존 영업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노인들 외에도 장묘 방식 결정에 큰 결정권을 행사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 불필요한 우려를 해소하고 자연장 확산에 기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파주·용인=박진용·박우인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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