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의 비엔날레이자 세계 5대 비엔날레 중 하나로 꼽히는 광주비엔날레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등 8곳의 외부전시장에서 2일 공식 개막해 11월 6일까지 두달여간의 대장정에 올랐다.
마리아 린드 스톡홀롬 텐스타 쿤스트할(Tensta Konsthall)의 디렉터가 예술감독을 맡은 이번 2016광주비엔날레는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전시제목으로 내세워 37개국 101팀(120명)의 작가를 끌어모았다. 12세기 페르시아 철학자가 착안한 초월적 상상의 세계인 ‘제8기후대’는 20세기 철학자 앙리 코르뱅에 의해 체계를 갖춘 이론이다. 1일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국내외 기자초청설명회를 연 린드 예술감독은 이 같은 주제에 대해 “예술이 다른 사회 분야보다 먼저 변화와 현상을 탐지해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에 대해 무언가를 행할 수 있는 그 능력과 역할을 강조했다”며 “미술이 미래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역량,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감지하고 실천하는 기능을 조명했다”고 소개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규모나 내용 면에서 도라 가르시아의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이라는 설치작품이 눈에 띈다. 1977년 광주시 계림동에 문을 연 녹두서점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격문과 투사회보 등을 만들어 배포한 곳이자 사망자들에 수의를 입혀 애도한 곳이기도 하다. 전시장 안에 옛 서점을 옮겨놓은 듯한 이 설치작품에서는 민주항쟁 당시의 서적과 5·18기록보관소 소장품의 복제품도 만날 수 있으며, 작가는 과거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워크샵을 진행해 과거 인물들의 정신과 철학을 현재의 관객들이 교감할 수 있게 했다.
필립 파레노의 ‘삶에 존재하는 힘을 넘어설 수 있는 율동적 본능을 가지고’는 작가의 유명세 못지않게 작품 자체로 시선을 끈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맹렬하게 날갯짓 하는 불나방이 퍼덕이는데 이는 파레노가 4년간 그린 수백 장의 벌레 드로잉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안 리슬리가드의 ‘신탁자,부엉이…어떤 동물들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는 위험이 닥치기 전에 먼저 감지하고 반응하는 동물들과 예언자 등의 모습을 보여주며 스피커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의 언어’가 흘러 나온다. 정확히 이해할 수 없음에도 분명 귀를 기울여야 할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시대 예술의 역할이 겹쳐 보인다.
압도적인 규모의 작품 뿐 아니라 놓치기 쉬운 ‘눈에 띄지 않는 작품’도 잘 찾아봐야 한다. 4전시실 통로를 지나다 보면 벽면 곳곳 벗겨지고 금이 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프로작타 포트니스의 ‘바느질, 당신이 밖을 볼 때까지 벗기고 또 벗기고’라는 작품이다. 흰색을 깨끗하게 칠한 벽에 접착제를 발라 칼로 긁어내거나 검은색 수술용 실로 바느질해 갈라진 틈을 채운 작품에서 예술이 사회를 향해 보내는 비장한 경고를 읽을 수 있다.
지난해 취임해 이번에 처음 광주비엔날레를 이끈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는 “당대 비엔날레의 역할을 고민한 끝에 거대하고 위압적인 연출을 하는 전시기획자가 아니라 예술과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시각으로 성찰적인 전시를 만들 수 있는 기획자를 물색했고 그 결과가 전시로 펼쳐진다”면서 “압도적이고 스펙터클한 현대미술이 아닌 비상업적이지만 예술의 본질, 인간에 충실한 작품들을 더 잘 드러내고자 인위적 가벽을 설치하지 않았다”며 예술을 통한 소통을 강조했다.
/광주=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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