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반대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불공정행위 판단, 고도의 전문성 필요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하고 있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놓고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최근 야권이 경제민주화 관철을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안들을 발의하면서 지난 2014년 감사원·조달청·중소기업청 등 일부 기관에 공정위에 대한 고발요청권을 주는 것으로 일단락된 논쟁이 2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 찬성 측은 공정위의 소극적 태도로 전속고발권이 기업의 면죄부로 전락한 만큼 공정위만이 아니라 시민단체 등 제3자가 검찰에 직접 고발해 조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불공정 행위에 대한 판단은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내려야 하고 이를 건너뛰고 곧바로 형사처벌 한다면 경제 전반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경제민주화 이슈가 점화되고 있다. 양극화 현상이 경제 발전과 사회 통합에 결정적 걸림돌이 되는 시대에 이 문제가 진지한 실행은 없이 고작 선거용으로 전락하는가 싶어 안타깝다. 그럼에도 무뎌진 우리의 인식을 이렇게나마 각성시키는 것이 어디냐 싶어 다행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독과점의 폐해를 시정하는 데 유용한 여러 쟁점 중 하필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제가 중점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원래 의도는 검찰의 칼을 빌려 대기업의 횡포를 막자는 선의이겠으나 결과는 엉뚱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대


공정거래법은 기업의 경영 활동 전반에 적용되는 이른바 경제기본법인데 그 위반 행위는 대부분이 과징금 등의 행정제재 외에 형사처벌 대상으로도 규정돼 있다. 여기에 많은 문제가 있다. 첫째,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전 세계에 유례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일례로 현행 공정거래법 제66조 제1항은 경쟁제한적 인수합병(M&A)을 한 기업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M&A의 경쟁제한성은 면밀한 경제 분석을 거쳐 장래에 시장 경쟁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는 고도의 판단이고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누구도 100% 확신을 갖고 단언하기 어렵다. 아직 나타나지도 않은 미래의 후생 저해 우려를 이유로 M&A 기업인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어떤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전문가들에게도 쉽지 않다.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의 핵심 요건인 ‘경쟁제한성’ 한 단어가 무슨 뜻인지 또 이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지를 두고 학계는 수십 년간 논쟁을 벌여왔다. 최근 소위 김영란법의 집행 단계 불확실성 때문에 400만 공무원과 교직원 등이 혼란스러워하고 사회가 시끄러워진 것이 주지의 사실인데 공정거래법상 위법성 판단의 불확실성은 기업 사보 편집자가 언론인에 해당하는지 같은 단순한 쟁점이 포함된 김영란법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이를 비전문가인 경찰과 검찰에서 판단해 형사처벌까지 하도록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셋째, 공정거래법은 작은 일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네 마트 간 고객 유치를 위해 경쟁하다 사소한 분쟁이 벌어지면 경우에 따라 불공정 거래 행위로 판단될 수도 있다. 이럴 때마다 공정거래법 제67조에 따른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위험이 있다고 하면 마트 장사라도 마음 놓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까지 공정거래법 집행에 큰 혼선이 없었던 것은 공정위가 높은 전문성을 발휘하고 과징금 같은 경제적 제재로 시정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 문제에 낯선 검찰이나 경찰이 공정위의 1차적 판단을 건너뛰고 곧바로 형사처벌에 나선다면 경제 현장에 큰 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크다. 로펌 등 전문적 조언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이 더 클 것이다. 11만 경찰관이 300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수시로 들여다보고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해 형사처벌 할지를 결정하는 모습은 썩 유쾌하지 않다.



선거철마다 전속고발제 폐지가 자꾸 거론되는 것이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공정위가 대기업의 횡포를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해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답이 형사처벌인 것은 아니다. 공정위의 전문성과 경제적 제재를 형사처벌과 잘 조화시키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공정거래법의 형사처벌 조항을 최소화해야 한다. 가격 담합 등 경성카르텔(부당 공동행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삭제하는 것이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한다. 둘째, 검찰과 공정위 간 협력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두 기관이 위법 행위 처벌과 억지력 확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다양한 차원에서 협력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법원의 국민참여재판을 참고한 ‘공정거래 시민위원회’를 설치해 공정위의 조사와 제재에 시민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혹시라도 대기업을 부당하게 봐주는지 감시할 수 있을 것이다.

분쟁이 있을 때 속 시원한 것은 상대방이 형사처벌 받도록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접근이 문명사회에 어울리는 방식이 아님은 자명하다.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가 독점의 폐해를 시정하기보다 감옥을 앞에 두고 벌어지는 ‘만인 대 만인의 고발’ 사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