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2001년 20억달러 규모로 양자 간 통화스와프를 시작해 2011년에는 700억달러까지 규모를 키워나갔다. 통화스와프가 양국 모두에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과거 외환위기와 비슷한 상황이 다시 올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고 일본도 엔화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할 수 있다. 그런데도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급기야 통화스와프 종료로까지 이어졌다. 정치적 논리가 경제 문제에 개입하면서 상호 이득을 저버린 셈이다.
한일 양국은 이제 과거사나 영토갈등 문제와는 별개로 경제 분야에서는 협력의 물꼬를 터야 한다. 정치와 경제 문제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두 나라의 거시경제 상황이 건실하지만 세계 경제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경제침체에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도 강화되는 추세다.
이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긴밀한 정책공조와 경제협력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통화스와프 재개 합의는 윈윈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와 대중 관계 악화 등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실(失)보다는 득(得)이 더 많다. 한일 양국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경제 문제에 관한 한 상호 실리를 도모하는 정경분리 원칙을 철저히 지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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