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중반 조그만 사무실에서 출발했던 디즈니 스튜디오는 현재 세계 유일무이의 슈퍼 스튜디오가 됐다. 특히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디즈니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2013년 개봉한 ‘겨울왕국’은 북미에서 4억 달러를 벌었지만 해외에선 두 배가 넘는 8억 7,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인사이드 아웃’, ‘굿 다이노’, 최근작 ‘도리를 찾아서’까지, 내놓는 애니메이션 영화마다 흥행했으며 작품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말레피센트’를 시작으로 ‘신데렐라’, ‘정글북’으로 이어지는 실사영화 프로젝트도 순항 중이다. 그뿐인가. 오랜 협상 끝에 판권 획득에 성공한 디즈니는 2015년부터 새로운 ‘스타워즈’ 삼부작과 스핀오프 영화를 공개할 방침이다.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스튜디오의 슈퍼 히어로 영화도 디즈니가 배급을 맡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프랜차이즈 두 개를 모두 디즈니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위세에 걸맞게 디즈니는 지난해 북미 흥행 10위권 안에 4편의 영화를 올렸다. 눈에 띄는 지점은 모두 PG13 등급(13세 이상 관람가) 이하의 영화라는 것이다. 디즈니의 영토는 가족용 애니메이션 영화를 중심으로 확장 중이다. 국가별·인종별·지역성이 강한 실사 영화는 해외수출에 한계가 있다. 완성작 수출은 문화적 할인율이 낮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훨씬 유리하다. 실제로 디즈니의 가장 강력한 힘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기반으로 하는 가족영화에 대한 절대적인 우위에서 나온다. 과거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와 ‘스타워즈’를 보고 자란 부모세대는 자식과 함께 새로 개봉한 실사판 ‘신데렐라’와 새로운 ‘스타워즈’, ‘어벤져스’를 즐기게 된다.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여름시즌마다 천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한국영화가 매년 탄생하고 있다. 대단한 성과다. 하지만 ‘전체관람가’ 영화에 있어 한국영화는 할리우드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2015년의 경우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50.2%이지만, ‘전체관람가’ 영화에선 5.4%에 불과하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3.5%밖에 되지 않는다.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에서는 한국영화가 60%대의 우위를 점하지만, ‘12세 이하’로 가면 외국영화의 압도적 우세다. 가족영화와 애니메이션 영화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은 ‘마당을 나온 암닭’ 등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성공사례조차 찾기 어렵다. 제작환경 역시 많이 위축돼있다.
그럼에도 가족용 애니메이션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절대 포기해선 안될 분야다. 한국의 많은 창작자 또한 할리우드와 버금가는, 혹은 훨씬 뛰어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이런 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를 포함하여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한국영화들이 많이 제작될 수 있도록 가족영화제작지원,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개봉지원,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공모전 등을 실시하고 있다. 부디 밑거름이 되어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및 가족영화들이 지속해 제작되길 바란다. 성공을 위한 여러 데이터를 축적,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영화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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