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배우가 꼽은 롤라의 매력은 ‘당당한 아름다움’이다. 남과 다르다는 것을 더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고. 2014년 한국 라이선스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합류한 강홍석은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며 세상 편견에 무릎 꿇지 않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극찬했고, 호주 대표 프랜시스 역시 “아픔을 드러낼 줄 알면서도 자신의 본모습을 유지하며 삶과 사람을 즐길 줄 아는 게 바로 롤라”라고 설명했다. “공감 가는 비정상 캐릭터”라는 정성화의 말마따나 당당한 모습 이면의 아픔과 여린 모습에 관객은 롤라에게 더 애정을 느끼며 빠져드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예쁜 남자로의 변신과는 다르다. 여성적인 몸짓과 말투는 기본이요 힐을 신고 날아다닐 체력은 필수다. 영국의 헨리는 “롤라는 진정 마라톤과 같은 캐릭터”라며 “에너지를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밍고 역시 완벽한 역할 소화를 위해 ‘마음대로 먹고 마실 수 있는 날을 주 1회로 제한’했고, 주 8회 무대에 오른다는 해리슨 지 역시 ‘스태미너 관리’를 제1 과제로 꼽았다. 역할 몰입을 위한 아주 특별한 경험도 필요했다. 강홍석은 초연 오디션 당시 여장으로 대학로를 활보하며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체험했고, 미우라도 모델의 런웨이와 실제 드랙퀸 쇼를 보며 롤라의 디테일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매력으로 방귀깨나 뀐다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봤다. ‘최고의 롤라를 뽑는 대회가 열린다면 무엇으로 어필할텐가.’ 해리슨 지는 경험자의 강점을 앞세웠다. “성격상 롤라와 닮은 점도 많지만, 실제 드랙퀸으로 활동한 경력이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깊은 통찰력을 줬다고 봅니다.” 한국 대표 정성화는 “코미디언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롤라보다 더 코믹하고 경쾌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이 밖에 강홍석은 열정을, 프랜시스는 외모, 미우라는 섬세한 감정표현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았다. 반면 밍고는 “모든 롤라(배우들)가 고유의 개성으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킹키부츠’ 하면 토니상 최우수 음악상 수상에 빛나는 흥겨운 노래를 빼놓을 수 없다. 배우들은 ‘랜드 오브 롤라’를 ‘킹키부츠’의 명곡으로 꼽았다. 정성화와 밍고는 “롤라의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가 ‘랜드 오브 롤라’”라며 “뮤지컬 역사상 최고의 캐릭터 소개곡”이라고 추천했다. 한편 미우라는 롤라와 찰리가 아버지의 기대에 못 미쳤던 각자의 아픔을 털어놓고 위로하며 부르는 ‘못난 아들’을 꼽았다. 그는 “롤라가 살아온 길을 알 수 있는 장면에 나오는 노래”라며 “이 곡을 부를 때 관객들도 나의 섬세한 연기를 잘 이해해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으는 뮤지컬 ‘킹키부츠’. 해리슨 지는 이 작품의 메시지를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는 모두 이해받으려 애쓰죠. ‘킹키부츠’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것(이해)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면서 각자의 특별함을 응원해줍니다.”
이메일로는 이들의 넘치는 열정과 수다를 담아낼 수 없었다. 언젠가 한 무대에 설 그 날을 기약하며 5개국의 롤라는 서로에게 짧은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당신의 마음은 이 역할을 소화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자산이다.”(밍고)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감동시킬 기회를 얻은 특별한 남자들이다.”(지) “완벽하게 해내자. 그 방법밖에 없다.”(헨리) “롤라 배역을 맡은 사람은 극소수다. 엄청난 행운이다.”(프랜시스) “엄청난 노력을 해 왔을 각국의 롤라에게 진심 어린 경의를.”(미우라) “서로 다른 매력의 롤라가 한 무대에 서는 그 날을 기다리며, 그만들 예뻐지길.”(강홍석) “언제 한 번 만나 롤라 이야기하며 소주나 한잔 합시다.”(정성화)
강홍석·정성화 롤라가 휘어잡을 한국 ‘킹키부츠’ 재연 무대는 9월 2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개막한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