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자업체 샤프가 계속되는 주가 하락으로 지난 4월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 체결한 인수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샤프에 대한 홍하이그룹의 출자완료 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1일 장중 샤프 주가가 앞서 홍하이가 약속한 주당 출자금액인 88엔마저 밑돌며 시장에서는 홍하이의 ‘계약파기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샤프 주가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5엔(5%)이나 급락한 87엔에 거래됐다. 이후 낙폭을 만회하며 2.17% 하락한 주당 90엔에 마감했지만 연초보다 28%나 급락하며 주가는 바닥 모르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2·4분기 274억엔의 대규모 적자를 낸 부진한 실적이 가뜩이나 약세를 보이던 주가를 더 끌어내린 것이다.
시장은 특히 이날 한때나마 주가 ‘88엔’이 붕괴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88엔은 4월 샤프를 인수하기로 한 홍하이의 주당 출자금액이다. 샤프 주가가 88엔을 밑돌면 홍하이는 시세보다 비싸게 적자기업을 매입하게 되기 때문에 샤프 인수의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 홍하이 측은 공식적으로 “샤프 주가 변화는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홍하이의 출자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것은 중국 정부의 독점금지법 위반 심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하이는 당초 6월 말까지 출자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중국 정부는 인수 계약 후 넉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약 허가 여부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샤프는 최종 인수기한인 오는 10월5일까지 출자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사이 주가가 더 하락하면 홍하이가 계약을 백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하이는 2012년에도 샤프와 자본제휴를 하기로 했으나 샤프의 주가 하락으로 주가가 계약가격을 밑돌자 2013년에 출자계약을 파기한 바 있다.
하락세를 거듭하는 주가가 마침내 홍하이의 ‘마지노선’을 밑돌면서 샤프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샤프는 대규모 채무 초과와 내년으로 예정된 차세대 디스플레이 유기 EL 생산계획을 홍하이의 출자금에 의존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노무라 가쓰아키 샤프 부사장은 일간공업신문 등에 “늦어도 10월에는 회사 재건계획이 나와야 한다”며 “이달 말까지 (홍하이가) 출자하지 않으면 대응책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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