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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고춧가루 관리 부실, 국가가 배상하라"

수사기관이 범죄 증거로 확보한 식품 압수물의 보관을 잘못해 생긴 손해를 정부가 보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출처=대한민국 법원




수사기관이 범죄 증거로 확보한 식품 압수물의 보관을 잘못해 생긴 손해를 정부가 보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윤강열)는 “수사·재판 기간에 압수당한 고춧가루 12t을 못 쓰게 됐다”며 농산물 제조·가공업체 D사와 회사 대표 임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임 씨는 중국산과 국내산 고춧가루가 섞인 제품을 ‘국내산 100%’로 허위 표시해 유통한 혐의(원산지표시법 위반)로 2011년 8월부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검찰의 수사를 받아 재판에 회부됐다. 임 씨와 회사는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2014년 10월 대법원에서는 무죄를 판결했다.

수사 당시 임 씨가 거래처에 납품했던 고춧가루 12t을 압수해 농협 냉동 창고에 위탁 보관하던 품질관리원은 법원 판결에 따라 이를 거래처들에게 다시 돌려줬다. 그러나 이미 고춧가루의 유통기한이 지나 전량 폐기해야 할 상황이 되자 거래처들은 고춧가루를 다시 임 씨 회사에 돌려줬다.



이에 임 씨는 국가를 상대로 “품질관리원의 불법행위로 거래처와의 거래가 끊기는 등 매출이 감소했다”며 “1억 3,000만 원 상당의 위자료와 폐기 상태가 된 고춧가루의 시가 1억 6,000만 원을 보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 자체는 불법행위가 아니라며 임 씨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지만, “수사기관이 고춧가루를 방치해 그 상품가치를 상실하게 한 것은 직무 집행상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라며 “상품가치 상실에 따른 손해를 1억 6,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으로서 단순히 이 고춧가루를 냉동창고에 위탁 보관할 것이 아니라, 재감정에 필요한 양을 제외한 나머지 고춧가루를 적절한 시점에 매각해 그 대가를 보관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단기간 내에 부패하거나 가치가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큰 식품 압수물은 추후 되돌려 줄 때를 대비해 압수물의 경제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준기자 gogund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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