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작은 나라인 몰타 정부가 EU 국가 중 최초로 자국에 체류하던 북한 노동자를 사실상 추방 조치했다. 28일 몰타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몰타 정부는 체류 기한이 만료된 북한 노동자에게 체류 연장을 불허하는 방식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몰타 정부는 최근 들어 몰타의 북한 노동자들이 강제 노동과 인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고,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북한 정권 유지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우리 정부와 유럽의 북한 인권 단체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현지 건설 현장, 의류 공장 등에 남아있던 20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현재까지 북한으로 거의 다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노동자를 10여 명가량 고용하고 있던 현지 건설업체 ‘라이트 믹스’(Rite Mix)와 의류 회사 ‘레저 클로딩’(Leisure Clothing)은 자사에서 일을 하던 북한 노동자들이 지난 달까지 모두 짐을 싸서 떠났다고 밝혔다.
라이트믹스 관계자는 “이들 중 일부는 몰타에 머물면서 다른 건설 회사 등에 일자리를 알아보려 했으나 체류증 갱신 등에 어려움이 있어 곧 북한으로 들어가려 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4월까지 북한 노동자 수 명을 봉제사 등으로 고용하고 있던 레저 클로딩 측도 “북한 노동자는 이제 더 이상 여기 없다. 다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북한 노동자들이 몰타 내에서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정식 월급의 3분의 1 정도만 손에 쥔 채 나머지는 북한 정권에 상납되고 있다는 사실이 몰타 언론에서도 지속적으로 보도됐다”며 “이런 실태에 대해 조치를 취하라는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가해지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몰타 정부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몰타가 비록 인구 40만 명 남짓으로 EU 회원국 중 가장 작은 나라이지만 EU 국가 중 처음으로 북한 노동자 제재라는 조치를 취한 데에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며 몰타를 신호탄으로 폴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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