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오원춘 사건’ 피해자 유족들에게 2,130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7일 피해자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13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12년 4월 1일 밤 10시께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서 40대 조선족 오원춘이 귀가하던 20대 여성 A 씨를 자신의 집으로 끌고간 뒤 성폭행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A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냈다.
A 씨는 살해되기 직전 112에 구조요청을 했지만 경찰의 늑장 대응이 밝혀져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A 씨는 112에 신고 중 오원춘에게 발각돼, 오원춘과 A씨의 대화 내용이 112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러나 신고센터 요원은 A씨에게 계속 “주소를 다시 알려달라”고 요청할 뿐이었고 또 다른 신고센터 직원은 “아는 사람 같은데. 부부싸움 같은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고를 받은 요원은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순경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화가 끊긴 뒤 녹음파일은 시스템 오류로 인해 다시 재생 되지 않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주변 탐문 수색 끝에 다음날인 2일 오전 11시50분쯤 오원춘을 체포했지만 A 씨는 이미 살해당한 뒤였다.
이에 유족들은 A씨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신고전화를 했는데도 경찰이 초동수사를 미흡하게 해 생명을 잃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6,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112 신고센터에서 피해자가 집안에 있다는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등 위법행위가 있었다”며 국가가 유가족에게 위자료 2,130만원을 포함해 1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배상금액을 2,130만원으로 삭감했다.
재판부는 Δ교육받지 않은 순경을 투입하고 Δ‘A씨가 집 안에 있다’는 정보와 매우 위급한 상황인 것을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점 Δ녹취재생시스템 오류 등 일부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주소를 다시 물은 행위와 부부싸움 같다고 말한 점 등은 위법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국가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경찰이 일찍 수색에 성공해 범행 현장에서 피해자가 생존해 있는 상태에서 오원춘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오원춘의 난폭성과 잔인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생존상태에서 구출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족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1심에서 인정된 위자료 2,130 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현재 오원춘은 2013년 1월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효정인턴기자 kacy95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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