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페라 여왕의 실력은 여전했다. 60인의 오케스트라와 밴드, 아름답고도 몽환적인 그의 고음이 어우러진 콘서트는 서울 밤하늘 아래 그녀와 함께한 관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데려갔다. 무대 매너 또한 여왕다웠다. 준비된 공연만 선보이고 가는 여타 내한 스타들과 달리 그는 한국에 다시 와 기쁘다는 인사부터 객석의 아낌없는 환호에 “이토록 멋진 한국 관객들과 함께해 너무 행복하다”는 화답까지 또박또박 말을 건넸다. 상냥하고 꾸밈없는 그녀의 태도에 팬들의 마음은 들떴으리라.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화려한 무대 또한 역시 월드 스타의 콘서트라는 탄성을 자아내게끔 했다. 3년만에 한국을 찾은 사라 브라이트만(56)의 이야기다.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사라 브라이트만의 내한공연 ‘갈라 위드 오케스트라’의 시작은 다소 불안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넬라 판타지아’를 불러준 것은 고마웠지만 음반에서의 영롱함은 느낄 수 없었다. 지난 7~22일 총 11차례의 일본 공연을 마치고 온 탓에 피로가 쌓인 건지 우려될 정도였다. 앨범 ‘라 루나’ 수록곡이자 유명 팝인 ‘윈터 쉐이드 오브 페일’ ‘스카보로 페어’ 등을 들려준 그는 팝페라 스타 마리오 프랑골리스와 함께한 ‘대지의 노래’를 부르며 1부의 클라이맥스를 무사히 마쳤다. 홀로 소화한 1부 마지막 곡 ‘네순 도르마’는 더욱 아름다워 그 여운이 오래 이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안정되는 보컬과 점점 뜨거워진 관객들의 반응은 완벽한 2부를 만들어냈다. 2부에 등장한 루마니아 출신의 카운트 테너 나르시스는 보기 드문 미성으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영국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버지를 추억하며 만들었다는 ‘피에 예수’가 두 사람의 하모니로 고요히 울려 퍼졌다.
그리고 시작된 ‘팬텀 오브 디 오페라’. 역시 웨버가 사라 브라이트만을 위해 작곡한 이 곡은 맞춤옷처럼 어울렸다. 경쾌한 밴드 음악과 장중한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진 압도적 스케일의 음악을 사라 브라이트만의 고음이 뚫고 나오자 객석에서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타임 투 세이 굿바이’를 끝으로 공연은 마무리됐지만 쉽사리 자리를 뜨지 않는 관객들을 위해 사라 브라이트만은 특별한 두 곡의 앵콜을 준비했다. 노래만 부르기 아쉬웠을까. 공연을 함께한 60인의 오케스트라가 들려준 ‘바르샤바 협주곡’ 부문에서 사라 브라이트만 자신이 지휘자로 나섰다. 모든 게스트가 함께한 ‘러닝’ 역시 여름밤의 마무리로 적절한 선곡이었다.
이날 서울 공연을 마친 사라 브라이트만은 오는 26일 대구 엑스코, 27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조경기장으로 방한 투어를 이어간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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