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살인사건과 같은 묻지 마 범죄는 대상과 장소·시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범죄다. 반면 피의자와 피해자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범죄 동기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힘든 범죄라는 특징이 있다. 범죄에 있어 어느 나라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받아온 대한민국에서 연쇄적으로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우리 사회의 묻지 마 범죄는 정말 충격적이다.
대검찰청의 묻지 마 범죄 관련 통계를 보면 상해(54%), 살인(24%)이 가장 많았고 발생 원인으로는 음주를 포함한 약물 남용(40%), 정신질환(31%), 현실 불만(23%)의 순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현실 사회에 대한 불신·불만·증오로 가득 차 있는 사람으로 나타났다.
묻지 마 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경찰에서는 여성특별안전대책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 성폭력범 및 살인범 등에 대해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까지 최장 7년간 관리하는 보호수용제 도입 등에 대한 후속 조치가 검토되고 이에 대한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묻지 마 범죄의 주원인이 약물 남용, 정신질환, 현실 불만에 있는 만큼 무심코 지나친 알코올중독자 및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 및 사회 구조적, 가정적으로 보완이 잘되도록 교육과 전문상담, 시민 모두의 세심한 주의와 관심이 가장 긴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만약 묻지 마 범죄를 발견하거나 범죄의 직접 대상이 됐을 경우 현장에서 대응하려 하지 말고 신속히 현장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을 벗어난 후 주변 상황을 파악한 뒤 안전이 확보되는 장소에서 신고해 도움을 받는 것이 긴급행동 1원칙이다. 우리 사회 핵심 이슈의 하나로 부각된 묻지 마 범죄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모든 시민의 관심이 우선돼야 한다. 이와 함께 경찰과 시민이 함께 사후조치가 아닌 사전 예방으로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겠다는 공감대에서 각종 대책이 전 사회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김치곤 전북 군산경찰서 수송파출소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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