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 제기에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과거 정권 교체기때마다 불거진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간 충돌이 빨리 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경환 윤상현 의원, 현기환 전 청와대 수석 등 친박 핵심의 공천개입 의혹이 녹취로 폭로되면서 당과 청와대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기엔 시기적으로 너무 빠르다는 의견도 있다. 당내 친박과 비박간 갈등이 배경이 됐다면 친박 핵심의 공천개입 폭로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굳이 우 수석의 청와대까지 흔들어 가며 전선을 확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투쟁산물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다”며 “나도 배경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미래 권력이 현재 권력을 밀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청와대의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증폭시켜온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요지부동으로 35%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미래권력이 척을 지기에는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지지율 30%대를 줄곧 유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은 만약 특정 대선 후보에 힘을 실어주게 되면 단시간내 10%포인트 이상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여권내 대선후보가 박 대통령과 의도적으로 척을 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친반기문 세력이 친박과 청와대 흔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반 총장의 새누리당 대선 후보 영입을 전제로 나온 것인데,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반 총장 세력이 무리하고 조급하게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가 되려는 것을 가정한 해석”이라며 “이렇게 무리를 하게 되면 당내 경선이나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겠느냐”며 가능성이 낮은 루머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우 수석의 처신 잘못으로 주변에 적을 많이 만든 게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정수석은 검찰과 감사원, 국세청 등 핵심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자리로 권력이 집중된 자리인데다,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오버’하고 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 수석의 업무스타일이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우 수석이 자기사람만 요직에 심는다는 얘기도 많았다”며 “우국충정인지 사익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 위원장은 최근 “권력기관 도처에 널린 우병우 사단이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수석에 눈밖에 난 사람들이 우 수석의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소스를 제공하는 출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박계 한 의원은 본지 기자와 만나 “우 수석한테 밀려난 사람들이 열받아서 하나씩 (관련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우 수석이 수백억원대 자산가여서 진경준 검사장 등과 같은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에 판단을 잘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 청와대 출신의 한 여권 관계자는 “고위공직자 검증과정에서 재산이 40~50억원만 돼도 감점요인이 된다”며 “비슷한 사안에 대해 판단을 잘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산가인 우 수석이 진 검사장의 재산축적 과정을 안이하게 판단해 결국 현직 검사장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고 이게 현 정부에 부담을 줘 친박 핵심에서 ‘안정적인 집권 후반기를 위해서도 우 수석으로는 안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 전직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최근 사석에서 우 수석의 인사개입 의혹과 진 검사장 구속 과정 등을 지켜보면서 “내가 사람을 잘못봤다”며 우 수석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집권 여당과 청와대가 동시에 흔들리면서 반사이익을 보는 쪽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라는 분석이다. 더민주는 사드배치 결정 이후 전략적 모호성을 들고 나와 국민의당으로부터 공격 당하는 입장이고, 더민주는 홍보 리베이트 의혹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두 야당이 여권의 혼란을 계기로 그동안의 수세 국면을 벗어나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아 올 수 있는 호재가 마련된 셈이다. 실제 두 야당은 “정권 말기 현상”, “총체적 난국”이라며 파상공세를 펴는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청와대를 정조준하며 압박 수위를 올렸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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