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핵심 실세인 최경환·윤상현 의원의 총선 공천 개입에 이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해당 의원에게 지역구 변경을 종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 수석은 당시 해당 의원과의 전화에서 ‘대통령의 뜻’이라는 내용을 언급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공천 개입 의혹에 손사래를 치며 부인해 왔다.
한 매체는 19일 현 전 수석이 지난 1월 말 김성회 전 의원과 대화를 나눈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김 전 의원은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에 예비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현 수석은 김 전 의원에게 “(서 의원에게) 저한테 얘기했던 것과 똑같이 얘기하세요. 대표님(서 의원) 가는 데 안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서 의원과의 경쟁을 접을 것을 요구했다. 그는 김 전 의원에게 서 의원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자신과 했던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느냐고 따지며 “저하고 약속을 하고 얘기한 거는 대통령한테 약속한 거랑 똑같은 거 아니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복잡해지는지 아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VIP(박근혜 대통령) 뜻이라면 내가 따를게’라고 말하는 김전 의원에게 “예. 따르세요, 따르시고. ‘(서 의원이) 정해주시면 다른 지역 갑니다’라고 솔직히 까놓고 (말) 하세요”라며 거듭 대통령의 뜻임을 강조했다.
최·윤 의원에 이어 현 전 수석마저 대통령의 뜻에 따라 총선에 개입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어서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8·9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용태 의원은 앞서 친박 실세 총선 개입에 대해 “(박 대통령도) 대통령을 판 사람들에게 이 일 역시 속은 것이냐. 박 대통령이 답하셔야 한다”며 박 대통령에 해명을 요구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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