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사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7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성주 배치 결정을 설명하러 현지에 내려갔던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계란과 물병 등을 던지며 6시간 넘게 포위했던 성주 군민의 행태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짓”이라며 비판했다. 야당의 대표가 성주 군민의 ‘총리 감금’과 같은 엇나간 행동을 비판하기는 이례적이다. 김 대표는 당내 사드 배치 결정을 당론으로 정하자는 주장에 대해 반대해왔고 국회비준 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준은 무슨 비준이냐”며 확고한 반대의사를 내 왔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식당에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성주 군민들이) 총리의 저고리를 벗기고 휴대폰을 가져간 건 있을 수 없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황 총리는 지난 15일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경북 성주를 찾았다가 일부 주민들로부터 계란과 물병 세례를 받았고 트랙터를 동원해 포위하는 바람에 무려 6시간30분 동안 차에 감금되다시피 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아셈회의차 몽골을 방문해 부재 중인 시점이어서 국정 컨트롤타워를 포위해 6시간 동안 옴짝달싹도 못하게 한 것은 지나친 게 아니냐는 반발여론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내년 대선에서 집권을 위해 보수층의 지지를 흡수하기 위한 의도된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정치인으로서 용기 있는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대표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더민주의 입장이 불분명하다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적에 대해서도 “박지원 위원장은 애매모호하다고 하는데 애매한 거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사드 배치를 놓고 정치권이 자꾸 정쟁을 시도하려고 드는 데 대해 이를 단호히 배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새누리당의 내부 여론에 공조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실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성주 군민의 반발이 격화되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 저항해야 할 대상은 핵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는 김정은의 북한이지 그 위협에 대처하려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다”라며 “참담하고 착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폭력 시위를 감행한 성주 군민을 감싸 안는 듯한 논평을 내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경찰이 성주 군민의 항의집회에 대한 수사 전담반을 편성해 관련자를 엄벌하겠다고 한다”며 “도대체 누가 화를 내야 하는가. 계란 맞은 총리인가, 아니면 어떤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가 결정된 성주 군민들인가”라고 주장했다. 성주 군민의 폭력 시위에 “있을 수 없는 짓”이라고 꼬집은 더민주와도 극명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고 대변인은 “계란 투척을 핑계로 사드 문제를 공안 정국으로 덮으려는 정부의 의도가 있다면 단호히 반대한다”며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국회 비준 과정에 (정부·여당이) 참여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황 총리의 6시간 감금 상황에 대해 “변변한 수습책도 없이 몸으로 때워 보려다 자초한 일”이라고 원색 비난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