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학기제는 학생 스스로가 과목을 정해 제안하게 하는 학생 과목설계 프로그램이다. 알(卵)을 깨는(破) 것처럼 자신을 둘러싼 틀에 박힌 세계를 깨고 새로운 도전을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600㏄ 경주용 자동차 설계 및 제작 △해외영화제 출품 단편영화 제작 △미국 건축물 탐사 연구 △다중 드론 알고리즘 제안 등의 과목명에도 잘 묻어난다. 지난 학기 120명의 학생이 42개 과목을 설계해 참여했고 모두 830학점이 부여됐다.
파란학기제로 대학사회에 ‘파란(波瀾)’을 일으키고 있는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파란학기를 한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찾아서 도전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이 남이 하고 싶은 것,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어하는 걸로 착각한다”며 “30대 초반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할 당시 왜, 무엇을 공부하는지 스스로 묻고 답을 내지 못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그 고민이 내 인생을 바꿨고 그래서 학생들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려고 파란학기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도 파란학기제를 통해 학생들이 과목을 제시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게 김 총장의 설명이다.
‘유쾌한 반란’이 생활철학인 김 총장의 반란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누구보다 가난의 아픔을 이해하고 있는 그가 만든 ‘애프터유(After You)’는 사회적 이동(social mobility)를 확산하기 위한 일종의 사회적 반란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해외연수는 꿈도 못 꾸는 학생들에게 미국 명문대학인 미시간대·워싱턴대·존스홉킨스대와 중국 상하이교통대·베이징이공대 등에 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김 총장은 애프터유가 단순히 어려운 학생들에게 시혜적 도움을 주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배려의 정신을 통해 소셜 모빌리티를 제고하고 그를 통해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겠다는 게 목적”이라며 “이 때문에 선발 학생 중 20%를 다른 학교 학생으로 뽑는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요즘 창업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과거식으로 직장에 취업하는 패러다임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총장은 “지금까지 교수가 교실에서 진행했던 창업교육을 현장으로 바꾸려 한다”며 “현장에서 실패한 사람과 성공한 사람을 불러 학생들과 대화하게 하고 학교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주사를 만들어 투자도 일부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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