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찾은 서울 강북 수유동의 한 빌라 밀집지역. 노후된 주택과 신축 빌라가 뒤섞인 이곳에는 불과 100m도 되지 않는 골목 양쪽으로 10여 개 분양 홍보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그 사이로 기존 다세대주택을 허물고 새로운 빌라를 짓는 공사도 한창 진행 중이었다.
서울 강북권에서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빌라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한 해 역대 최대 규모의 물량이 공급되면서 인기를 끌었지만, 입주자를 구하지 못한 채 할인 분양에 나서는 곳도 목격되는 상황이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다세대주택 인허가는 총 5만 6,545가구로,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지난 5월 말까지 총 1만 7,966가구의 다세대주택이 인허가를 받으면서 공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아파트 전세가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빌라로의 전환 수요가 많았던 강북권에서 공급이 대거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빌라가 빈집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실제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한 강북 미아동 S 빌라의 경우 전체 15가구 중 30% 이상이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2달 이후 입주가 진행된 인근 B 빌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입주자를 찾지 못해 가구 별로 1,000만~2,000만원 가량의 할인 분양까지 진행 중이다. 인근에서 새로 빌라를 짓는 공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미분양 해소는 한동안 어려울 전망이다.
이 지역 빌라에 거주 중인 황 씨(58)는 “인근 아파트 전세가율이 워낙 높아 빌라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올라갈 것이란 생각에 빚을 내 매수했다”며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할인 분양에 나서는 것을 보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신축빌라 매매에 나서는 것을 더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다세대주택에 접근할 때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실수요나 임대사업 측면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수요자들은 발품을 팔아 시공의 품질이나 입지 등을 더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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